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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un 15. 2024

더 이상 공식은 안 외웁니다만

좋은 사람은 곁에 두고 싶네요

마치 우리의 고민을 아는 듯이 우리 시대의 지혜자 박막례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




T : 1번 버스에는 기사 포함 총 100명이 타 있고 2번 버스에는 역시 기사를 포함하여 총 10명이 타 있어. 1번과 2번 버스 모두 집에 가는데 동시에 눈앞에 도착했다면 어떤 버스를 탈 거야?


: 전 2번요!


: 왜?


S : 1번은 복잡하니까요. 앉을자리도 없을 거 아녜요.


T : 그럼 크기가 같은 버스에 몸무게가 같은 사람 100명이 탄 1번 버스와 10명이 탄 2번 버스 중 어떤 것이 더 무거울까?


S : 1번요


T : 왜?


S : 복잡하니까요. 


T : 응~ 그게 밀도야. 같은 공간 안에 알갱이가 더 많이 들어 있어서 무거운 거. 

빽빽할 밀, 정도 도*, 빽빽한 정도, 밀도! 복잡한 게 밀도가 큰 거지.


끼리끼리 모여요. 지구에게 형이라 부르는 행성끼리, 목성에게 형이라 부르는 행성끼리 :D


T : 근데 있잖아, 내가 저번에 계곡에 갔었는데 계곡 바닥이 햇빛에 자꾸 반짝거리는 거야. 그래서 자세히 보니 금색으로 보이는 작은 조각이 있길래 주워서 금은방에 가져갔지. 근데 진짜 금 이래! 나 완전 땡잡았잖아.


S : 우와! 진~짜요?


T : 아니, 가짜! :D


S : 뭐예요~저 놀려요?


T : 하하. 미안~ 근데 진짜로 있는 거야. 내가 주웠다는 건 가짜지만. 금광 근처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사금이라고 모래 사이에 섞여 있대. 모래와 섞여있는 데다 크기가 워낙 작으니 사금을 하나하나 집기가 어렵겠지? 이때 사금이 섞인 모래를 넓은 쟁반에 담아서 시냇물에 살랑살랑 흔들면 모래는 물에 흘러가고 사금은 쟁반에 남는대. 왜 그럴까?


S : 음.. 모래보다 사금이 더 무거우니까요?


T : 정답! 그럼 모래와 사금 중 누가 밀도가 더 큰 거지?


S : 사금요!


T : 역~시 똑똑이!




중2 1학기 때 아이들은 무턱대고 외운다. '태양계'를 공부하는 동안 밀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그렇다 하니, 지구형 행성은 밀도가 크고 목성형 행성은 밀도가 작다고. 그러고는 2학기가 되면 '물질의 특성' 단원에서 책에 쓰인 대로 '밀도=질량/부피'라고 여전히 외운다. 공간이 얼마나 큰지, 공간이 같다면 그 안에 어떤 종류의 알갱이가 들어있는지, 알갱이의 종류가 같다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들여다보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외울 것도 없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본질은 보지 않고 그저 편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작 물어보면 무슨 뜻인지 설명을 못하는데 스스로는 안다고 착각하는 것.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분석하고 정확한 의미를 이해해 내는 건 고등학생은 돼야 가능한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한동안 어려웠던 적이 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여러 일을 당하며(?) 어느 순간 사람이 무서워졌달까. 지구를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될리는 만무하니, 언젠가부터 새로운 사람은 가까워지기 전에 투명한 벽을 쳐놓고 들여다보며 분석을 하고 있었다. 나와 맞는 사람일까 아닐까. 누구에게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까. 중2 아이들처럼 덮어 놓고 믿지 못하고 고등학생처럼 어느 정도 알아낸 다음에야 쳐놓은 벽을 허물었다. 그러다 보니 복잡한 마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킬러 문제를 푸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아~몰라몰라. 이젠 어느 정도 사람 보는 눈이 생겼겠지. 그만큼 경험하고도 모르면 바보야 바보. 그냥 느낌을 믿자.


2017년 8월의 어느 구름


엎치락뒤치락하며 지내 온 시간을 돌아보면 나와 딱 맞는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살아가는 어느 시점에 잠시 파동이 비슷하여 운명이 공명했다지만, 있는 듯 없는 듯해도 돌아보면 가까운 옆에서 평행하게 함께 가는 사람으로 남는 일도, 진하게 엮여 잠시 한 점에서 만났지만 그대로 교차하여 서로 영원히 다른 길로 가버리는 일도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니 풍파와 같은 유수에도 묵직하게 앉아 남아 있는 사금 알갱이는 그대로 귀히 여기고, 작은 출렁임에도 흘러가 버리는 모래 알갱이는 또 그런대로 보내주면 되는 것. 매 순간 진심으로 대하되 상대에게 맞추느라 버겁지만 않다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될 것 같다. 다만 누군가에겐 끝내 남은 귀한 사금이 되고 싶기도,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싶기도.





*정도 도 : 度 (=법도 도)


[본문 그림 :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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