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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뽀빠이 Jun 20. 2024

Two shall become one

우리 이제부터 부부네?

그렇게 하늘 길에 월급을 다 쏟아부으며 3년의 시간이 흘러갈 때쯤..... 프러포즈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준비는 시작되었고, 직장 다니면서 틈틈이 이것저것 준비하며 멀리서 올 신랑 측 손님들 관광까지 준비하며 홀로 고군분투를 했더랬지... 그들의 입맛에 맞아야 하는 와인부터, 본식, 피로연 메뉴, RSVP까지 받아 테이블 배정, 이 모든 것들을 일 년 전부터 준비를 했었고, 거기에 결혼식 당일 첫 만남을 사돈과 가질 수는 없다 하여, 부모님과 함께 스위스로 결혼 전 여행을 떠나게 되었던 과정도 생각이 난다. 긴장감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언어의 장벽 때문이었을까? 온갖 바디랭귀지와 서면언어 전달로 대화를 대부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막바지로 치닫던 준비가 갑작스레 제동이 걸린다. 주거지가 갑자기 스위스가 아닌 홍콩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순간 놀랐던 것도 잠시 어디가 되면 어떠랴. 4년 장거리 연애에 슬슬 지쳐가던 나는 그냥 한 시차, 같은 공간, 같은 계절을 느끼는 게 기대되고 설레고 좋았던 기억뿐이다. 지금 생각해 보자니 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현실을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의 홍콩 살이는 모든 순간이 고군분투였다. 


미친 월세, 닭장 같이 작다고 악명 높은 홍콩의 거주지들 

습한 날씨와 바깥 온도와 너무 차이 나게 머리가 깨질 정도로 빵빵한 실내 에어컨들

생각보다 영어가 모든 곳에서 통하지는 않아 기본적인 광둥어를 배워야 했던 첫 6 개월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무료했던 무직생활

갑자기 무소속이 되어 어디서도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힘들었던 내향형 생활

장거리 연애 때 알지 못했던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던 남녀차이일까 문화차이일까 언어장벽일까를 되뇌게 만들던 매 순간들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경험이었던 감정 소모도 많이 했었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름 치열하기도 했던 나의 신혼, 홍콩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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