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연애를 시작했을 땐, 그냥 어.렸.다.
20대의 남녀가 완벽하지 않은 제3의 언어로 서로를 알아가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 주위에선 서로의 모국어도 아니면서 어떻게 대화하냐며, 연애하냐며 궁금해했지만, '사랑엔 국경도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에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냥 falling in love였으니까. 한 공간에 있지 못해서 모든 게 애틋했고, 서로에게 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기에, 함께하는 순간에는 서로에게만 집중했더랬다.
그랬는데, 연애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 너랑 나랑 생각하는 게 너무 다르네? 남과 여의 차이인가? 아니면 언어의 한계인가? 아.. 한국 정서가 아니구나,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라는 알쏭달쏭한 생각들을 참 많이 했고, 지금도 끝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연애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오늘부터 1일 사귀는 날짜 계산하기 없음.
소소한 기념일(100일/200일/빼빼로데이/화이트데이) 챙기지 않음.
커플 아이템(커플링/커플티 질색함) 이런 거 모름.
여자라서/ 나이 차이가 나서 배려해줘야 하거나 져줘야 한다는 이런 논리 절대 없음.
의견이 다를 시, 토론을 시작함.(첫째, 둘째, 셋째 나열하며 의견 피력. 나는 기분이 상하나, 토론이 끝나면 깔끔하게 정리 끝. 이걸로 다시 왈가왈부하지 않음)
애매모호한 거 싫고, 정확한 워딩을 해줘야 함.(한국식 애교 이런 거 안 통함. 드라마에서 애교 부리는 여주인공 보며 좀 모지란 역할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임, 나도 정확히 애교를 뭐라고 통역해줘야 할지 모르겠음)
처음엔 연애를 하는 건지, 새로운 문화체험을 하는 건지 헷갈렸지만 길게 보면은 서로를 배려하고, 독립심을 키워주고 지지해 주는 방향인 것 같다. 연애와 결혼생활까지 오랜 시간이 되었지만, 서로의 문화를 최대한 이해해주려고 하고(그걸 나에게 강요하지는 않음 그러니 나도 강요를 할 수가 없음) 최대한 접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단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처음엔, 언어가 달라서 문화가 달라서 라며 자꾸만 excuse를 찾는 거 같았는데, 이제는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는 mind control를 하는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