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와뽀빠이 Jul 04. 2024

내가 제일 잘하는 언어

한국어 수다가 그리울 때

전 세계 18프로의 인구가 사용한다는 영어를 그와 나는 주로 사용하지만 서로의 모국어가 아니다. 그래서 완전한 영어 사용 원어민이 아니다. 그렇다고 서로의 언어를 하는 것도 아니다.(서로의 언어 기초 과정만 무한 반복해서 배워보았다.) 하지만 나의 나라도 아닌, 그의 나라도 아닌 제3 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평소 생활 속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런데 커플이 되고부터는 커플 모임들이/ 가족 구성원이 생기고부터는 가족 모임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모이게 되면 아무래도 자기에게 편한 언어로 수다를 떠는 게 일반적이게 된다. 한국 사람들하고 모이면 제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편해하더라도 결국 한 문화권으로 묶어지는 한국어로, 그의 친구들과 만나면 스위스독일어로 편 가르기 아닌 편 가르기가 된다. 처음엔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어색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그랬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또 그 나름대로 그 안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곤 했다.  


그럼에도 살아가면서 느끼는 내 마음을 매 순간을 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때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다. 특히 온전히 내 입장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은유적인 표현들... 

내가 웃고 즐기는 드라마 속 정서를 100프로 공감하지 못해서 아쉽고(물론 자막으로 이해하지만, 웃는 포인트가 다름) 잔잔한 발라드를 듣거나, 그 시절 유행했던 아이템을 같이 공감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런 소소한 일들이 살아가면서 발생한다.


아마도 내가 언어가 부족해서 아니면 쓸데없이 원인 모를 감수성이 터져서 그런 걸 지도 모르지만, 초반엔 한국어로 수다를 단 한마디도 못 건네고 일주일을 보낼 땐 어쩌다 한 번 터지면 크게 터지는 향수병이 어마했더랬지... 그럼에도 한국을 안 가고 버텨보고자 노력했더랬고,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이 그리 반가웠지만, 그것도 세월이 14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되고, 어떤 때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쓸데없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뇌를 거치지 않는 돌발적 언어표출이 일어나지 않게 되니 오히려 그런 상황들이 고마울 때가 있고...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서로의 나라에 살아본 적 없이 제3의 언어로 대화를 하면서 사는 게 때로는 녹록지 않고, 시행착오도 많고, 서로가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서로가 놓치는 부분도 많고, 그럼에도 남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터이고, 서로를 배려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대화해 나가려 하기에 여전히 건강하게 애 둘을 키우면서 살고 있고, 부족했던 나의 한국어 사용 부분을 아이들이 채워주고 있어서 이제는 특별한 향수병이 없이 지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문득 이따금씩 모이는 자리에 나를 배려할 때는 다 같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다가 곧 또다시 그들만의 언어를 할 때나, 학교에 참관 수업 갔는데 담임 선생님의 "오늘 어머니 혼자만 독일어 못 알아들으시는 건데 어떡하져.."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주실 때 착잡한 마음이 올라오지만 그 또한 극복하는 중...


덧) 내 평생 숙제 독일어 정복하기.. 분명히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데, 언제까지 der/des/dem/den만 반복하고 있을 건지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제는 아이들이 통역해 주니 더 불편함을 못 느끼기도 하고.. 내 발음 지적해주는 아이들에게 반대로 한국어 발음을 지적해주는 유치뽕짝한 엄마가 된 현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배움은 시간이 배로 걸린다. 마음먹기까지, 실행하기까지, 목표를 이루기까지...

이전 04화 다르구나.. 너랑 나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