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엄마생활

언어 치료받는 내 아이

by 올리브와뽀빠이

나의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닌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가 다 같이 한 캠퍼스 안에 있다. 본국의 한 칸톤의 교육 커리큘럼을 따르는 해외 주재 공교육 시스템이다.


어느 날,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마지막 유치원 해에 일괄적으로 받는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곧 초등학교 입학하는 친구들 대상으로 언어/발달 등의 관찰학습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냥 여느 때처럼 받는 단체메일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고 몇 주 후, 둘째 아이의 언어발달과 관련하여 대화를 요청한다는 메일이 왔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삼중언어의 환경으로 인해 또래보다 느리구나를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뭔가가 잘못되었구나를 느꼈다. 동시에 이메일을 받았을 회사에 있는 신랑으로부터 바로 전화가 왔고, 우리 둘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괜찮을 거야, 오히려 일찍 발견돼서 잘 되었네, 전문가 선생님 지원받으면 아직 일 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서로 다독였지만, 선생님과의 면담을 기다리는 며칠을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아이의 언어환경에 내가 너무 방치를 했던 건 아닌지 자책도 하며, 다중언어의 환경에 놓인 아이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나름의 고충에 미안함에 눈물이 나기도 하며 정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것 같다.


드디어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이 다가왔다. 이중언어(독일어/영어) 언어 치료 전문가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황을 나누기 앞서 아이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출생-만 34개월: 영어 노출/영어 발화 먼저 시작.

만 3세- 만 4세 6개월: 100 % 한국어 유치원 등원(주 한국어)

만 4세 6개월-만 5세: 80% 영어 20% 독일어 학습(주 영어)

만 5세-현재 6세...: 90% 독일어 10% 영어 학습(주 독일어)


이런 학습의 배경이 있고, 추가 한국어(엄마)/스위스 독일어(아빠)/영어가 일상에서 늘 노출된다라고 말씀드리니, 선생님의 첫마디가 "Wow that's a lot!"이라고 하셨다. 아이의 상활 설명을 듣고, 아이 수업을 관찰하고 집중 테스트를 하고 나니 또래집단보다 단어발화가 부족하다고는 하나, 다행히 언어 장애가 아니고 언어 지연인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아이에게 주 언어가 단기간에 변화가 많다 보니, 아이가 받아들이는데 조금 지연이 생긴 거 같다고 차분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러시곤 아이의 주 언어를 어떻게 설정하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우리의 특별한 상황을 듣고, 배경을 들으시더니 상당히 흥미로운 케이스라고 하셨다.


실제적으로 아빠(스위스독일어-방언 같은 사투리임), 엄마(한국어), 학교(독일어), 일상(영어), 거주국 제3국 영어 사용이니 아이에겐 4개 국어나 마찬가지인데, 장기 계획으로는 아이는 독일어> 스위스독일어를 주언어로 사용해야 하니, 아빠도 스위스 독일어->독일어로, 엄마인 나도 한국어->영어로 언어를 바꿔 사용 언어를 단축해야 하는지가 우리의 핵심 질문이었다. 첫 면담에서는 본인들의 모국어를 유지하라고 권해주셨는데, 대학 은사님께 이런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고 조언을 구했더니 발화는 유지하되 학습적인 부분은 잠시 멈췄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한창 아이 한글 뗀다고 눈높이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을 때였음)


첫째는 큰 어려움 없이(하기 싫어하는 한국어 학습을 제외하곤) 삼중언어가 잘 유지되어 왔었기에, 둘째 아이의 언어 양육에 대해서도 동일할 거라고 안심하고 방심했었는데, 아이마다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적용해서 실천하지 못했었다. 아니 솔직히 게을렀다. 때 되면 다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리며 방치를 했던 것은 아닐까.


다행인 것은 해외에서 이런 언어 치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인데 학교에 소속된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니 따로 센터로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을 보면 속이 쓰라리기는 하나, 그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금방 좋아질 거야 라는 희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단 한 번의 개인 수업 후에 눈에 띄게 좋아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았고, 매주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다. 둘째 녀석이라 마냥 귀여워서 문장구조 다 틀리게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고, 성격 급하니 앞뒤 다 떼먹고 말해도 그냥 넘어가줬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온 가족이 동참하여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똑같은 문장을 각기 다른 언어로 얘기해 주고 반복하고, 반복하기를 거듭하니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


학교에서 참관 수업을 제안해 주셔서 한 번 방문했었는데, 학교에 상주하는 선생님은 매 시간마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아이들의 언어 지도를 하고 계셨다.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환경의 가정이 많다 보니, 비슷한 케이스들이 많긴 한가보다. 첫째 때는 몰랐던 다른 양육/교육의 세계를 배우며 오늘도 엄마로서의 지식을 하나 습득하고 아이와 함께 한 뼘 자라고 있다.


정말 쉽지 않네, 국제결혼! 다중언어! 다문화가정! 그럼에도 엄마인 나는 나의 모국어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오늘도 한국어로 다시 말해봐!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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