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매일을 찾아오는 고양이가 있다.
이름이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고, 그렇다고 새로이 이름을 주지도 않았다. 이름을 부르는 건 생각보다 가벼운 일이 아니니까.
런던에서의 히야신스 화분에게도 이름을 지어줄 용기가 안 났던 것도 같은 이유였던 것 같다.
이게 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시작된 일이다. 그 시의 구절들이 마음속에 퍽 깊이 들어앉은 탓이다.
아침, 밤으로 찾아와 반가운 듯하다가도 막상 곁은 내주지 않는 저 고양이에게 내심 서운했었는데 그럴 일이 아녔다. 매일 찾아와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나, 그만큼의 용기도 못내 이름도 불러주지 못했다. 정작 곁을 주지 않은 건 나였네.
이름.
이곳 제주도엔 독특한 명칭을 가졌다 생각되는 곳들이 많은데 특히 그중에서도 오름이 내겐 그랬다. 이름의 유래가 하나하나 궁금타. 누가 지었고 어쩌다 그런 이름들을 갖게 되었을까. 궷물, 백약이, 따라비, 새별, 용눈이, 아부, 금악, 다랑쉬...
제주는 생각보다 추웠지만 예보보다 맑은 하늘이 계속이다.
내일은 동에서 남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