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씨를 예쁘게 못 씁니다.
펜만 잡으면 마음이 왜 그리도 조급해 지는지
구불구불 휘리릭휘리릭 못난 제 글씨가 항상 부끄러웠습니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방법을 배워야겠어!
중고로 나온 손글씨 연습책을 한 권 장만했습니다.
15분 남짓한 점심시간 틈을 이용해 손글씨를 쓰며 연습하고 있지요.
사샤서셔소쇼수슈스시.....
손이 아파 잠시 쉬는 틈
책의 맨 윗 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ㅅ은 약간 삐치게 그립니다.
ㅅ의 첫 번째 획은 길게, 부드럽게 내려씁니다.
벌써 일곱 번 째 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설명문이 있는 줄도 몰랐다니요.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대로 따라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삐치게, 길게, 부드럽게, 내리기.. 삐치게, 길게, 부드럽게, 내리기..
머릿 속으로 되뇌이며, 손 끝으로 전달하기를 반복했죠.
글씨는 제법 반듯하게 나왔습니다.
저는 글씨를 쓴 게 아니라 그렸거든요.
삐치게, 길게, 부드럽게, 내리는 건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시옷을 잘 쓰는 방법은 딱 하나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것
쓰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닌 그린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을 잘 하는 방법도 딱 하나
시옷을 잘 쓰는 방법대로 하는 것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방법이 아닌 마음으로 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