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었습니다.
오후 네 시. 출출해하는 팀원들의 간식을 사러 나가던 길이었지요.
회사에서 2분 거리 횡단보도 건너 보이는 씨유 편의점을 향했습니다.
빨간불을 바라보며 초록불을 기다리던 저는
가만히 서있기가 심심해 발을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순간 땅이 물컹해지더군요.
시멘트를 잔뜩 발라놓은 곳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저의 신발은 찐득한 시멘트 속에 빠져버렸습니다.
시멘트 발자국을 남기며 사무실로 돌아와 쓰레기통에 신발을 투척했습니다.
다행히 14,900원 짜리 낡고 오래된 신발이라 미련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거기 횡단보도 앞 공사장에 시멘트 잔뜩 발라놨으니까 절대 밟지 마세요.
저처럼 신발 버려요. 아 쪽팔려 진짜!”
상사가 말씀하시길
“거기 나이트클럽 공사장 아냐? 옛날엔 나이트클럽 입장할 때 성인인
걸 확인하려고 발사이즈를 재고 입장시켰어. 그걸로 재고 입장시키면 되겠네?”
동료도 한 마디 보탰습니다.
“와 거기 지나다닐 때 마다 과장님 발자국 남아서 기념되겠네요?”
적당히 논리적인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말들에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저는 논리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세상논리를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길래
저에게 돈을 주고, 자리를 다 주었을까요.
정작 나를 사람답게 해준 건
논리적인 나를 논리적이지 않은 눈으로 대해준 그들이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