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일터 근처엔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형 공구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도시에 흔해 빠진 커피전문점, 치킨집, 교회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게 공구가게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조금은 소름돋는 절단, 용접소리가 백색소음 취급을 받는 곳이죠.
아침저녁 당산역에서 회사까지 30분을 천천히 걸으며 공구가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용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모양새, 너무나 비슷한 색깔이 제 눈에는
그 놈이 그 놈 같아 보입니다.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이곳을 삼년 정도 오고 가면
공구 이름 정도는 알게 될까요?
아마도 저는 계속 ‘공구’ 란 말로 대충 뭉뚱그려 부르겠죠.
세상에 배워야 할 게 많아서일까요
점점 퉁! 치는 것들이 많아지네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미정씨, 정연씨, 민성씨, 영민씨, 석진씨
저마다의 이름이 있는데
왜 저는 항상 ‘발달장애인’ 이라고 퉁쳐서 말했을까요.
저는요
오늘은 그림을 잘 그리는 미정 씨와 카톡을 주고받았고,
내일은 피부가 하얗고 잘 웃는 영민 씨와 만날거고,
토요일에는 사진을 잘 찍는 석진 씨와 모임을 할거예요.
그냥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