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서 내가하는 일은 교수님과 매일 마주앉아 처방을 입력하는 일이다.
긴장되기도, 따분하기도 한 시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세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보며 처방을 입력하다보면
때로는 무미건조하고, 때로는 지루하고 졸리며 엉덩이를 붙이고 끝없이 앉아있는 시간이 괴로운 날들과 만나게 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졸음을 부여잡고 키보드에서 한 환자에 처방을 열었다.
0세 여아. 진단명은 Congenital syphillis.
어머니 혼자 들어오신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하지만 졸고있던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의 피검사 결과를 열었는데 전부 negative다.
그리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어머니 잘되었네요. 아이는 정상입니다. 아무 문제가 없을꺼에요."
아이를 데려오는 것조차 너무 미안해서 혼자오신 젊은 엄마는 얼굴에 수많은 감정을 꺼내놓으며 눈물을 흘리신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수많은 시간을 얼마나 마음 졸여 했을까. 갑자기 내 마음이 너무 뭉클하다.
잘한 것도 고마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진심이 담긴 인사를 받는다.
그들은 이 곳에 마음을 선물로 두고 간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 곳에 누군가의 인생의 희노애락이 쌓인다.
그 순간을 함께하는 특권을 가진 것이 내가 무엇을 하는지가 오늘 더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