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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Feb 20. 2019

넌 몇 살쯤에 결혼할 거니?

우리는 왜 이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할까

친한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여자 사람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연애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러다 보면 몇 살 즈음에 결혼할 건지 물어보게 된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대략적으로라도 몇 살쯤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일찍 하고 싶다.”

“글쎄.. 27~8살쯤?”

“난 30대 초반에 하고 싶어.”



왜 우린 이런 질문과 대답에 전혀 의문을 갖지도 않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까.


몇 년 전, 미국에서 잠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친하게 지냈던 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넌 몇 살쯤 결혼하고 싶어?"


그때 그 친구의 표정과 대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그런 질문을 도대체 왜 하냐는 듯한, 나를 정말 이상하게 쳐다봤던 그 눈빛.


"결혼????????? 결??? 혼?????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언젠가 하겠지. 왜?????"


난 다소 당황하며 그래도 대략적인 시기를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녀의 대답은 더욱 놀라웠다.


"글쎄.... 한... 사십??"


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대답이 황당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반응에 문화 차이를 새삼 격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였더라면, 그리고 어른들과 대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대부분의 여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서른이 넘으면 좋은 남자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루머를 점점 믿게 되고 인터넷에서는 독신주의자가 늘어만 가는데 실제로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결혼을 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뿐이다.


가만 보면 대부분의 동화책은 해피엔딩이다. 마무리 멘트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다. 사회는 암묵적으로 결혼은 행복한 것, 완전한 결말, 승리자라고 세뇌시키고 결혼하지 못한 골드미스들은 루저, 패배자, 선택받지 못한 자인 것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은 하나의 제도이자 인생의 과정일 뿐이지 그 자체가 인생의 결말이 될 수 없다.


내 개인적인 가치관으로서는 결혼은 결혼할 자격과 준비가 된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경제적 능력과 정신적 성숙이 된 사람, 내가 하나의 가계를 꾸리고 지켜나갈 수 있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 결혼하면서 발생할 여러 난관들을 헤쳐나갈 자신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결혼해야 조금 더 행복하고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일이 힘들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여자들이 아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단순히 보기에 귀엽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부딪혀보면 육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각오가 되지 않는다면 결혼과 육아는 예상한 것 이상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까? 나 역시도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 가치가 조금씩 사라져 가는 요즘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꿈(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옆에서 힘겹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가끔 일에 대한 보람을, 자식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워킹맘들을 보며 내심 짠하고 느끼는 점이 많다. 남자들이 가사를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닌, 함께 해나간다고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외치는 유부녀들을 종종 보았다.



결혼, 행복이자 축복이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진 잘 모르겠다.


자식과 남편만 뒷바라지하며 이름이 불리는 게 아닌 'ㅇㅇ엄마'로 불리는 삶.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 생각했을 때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결혼해서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고 또 자식이 잘되는 것이 부모의 행복이기도 하다.



그냥 우리 사회가,

언제 결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자유로움이 허용되는 사회적 분위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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