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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Feb 27. 2019

호텔리어가 고객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3가지

앞으로 평생 말할 일이 없는, 하지만 대부분의 호텔리어가 크게 공감하는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보았다. 호텔이라는 영역이 특수해서 다른 산업군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런 고충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고객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3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칭찬 글을 많이 작성해주셨으면 좋겠다.

하루에 VOC (Voice of Customer) 접수를 10개라고 했을 때 불만 글이 9~10개, 칭찬글이 0~1개다. 이 호텔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다. 어떤 호텔을 가더라도 호텔리어는 차원이 다르게 친절하다. 만약 불친절하다면 그건 그 직원의 문제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리어가 칭찬글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한 선배는 여권을 잃어버린 외국인 고객을 위해 경찰서와 우체국을 전전하며 끝내 찾아주었다. 옆에서 지켜본 내가 봐도 칭찬글을 써주지 않으면 정말 의리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그 선배는 칭찬글을 받았다.


한 번은 비행기 시간을 놓쳐버린 외국인의 재발권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영어를 원활히 하는 직원이 나뿐이라 퇴근을 마다하고 기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남아 있는 좌석을 찾아 발권을 도와드렸다. 각종 항공사에 전화하고 홈페이지를 미친 듯이 뒤지느라 1시간 정도 퇴근이 늦어졌지만 끝내 칭찬 VOC는 받지 못했다. 칭찬글을 받으려고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섭섭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대부분의 고객인 것을.


이런 마음을 깨달은 뒤로 조금이라도 친절한 직원이 있으면 꼭 칭찬글을 남기려고 한다. 고작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칭찬글을 받은 직원은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고 고과에도 좋은 평가가 남겨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용한 동네 스타벅스 직원 분이 참 친절해서 칭찬글을 남겼다. 돌아오는 답변은 다소 형식적이었지만 그 칭찬글이 전 직원에게 공유된다는 것과 그것을 받아봤을 때 힘내서 일하는 직원의 마음을 알기에 내심 뿌듯했다.



2. 기념일이 아닌 사람이 없다.

특 1급 호텔에 심심해서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특별한 날이다. '결혼기념일이라서 전망 좋은 객실로 부탁드릴게요^^' 내지는 '이번에 아이 졸업기념으로 방문합니다. 오션뷰로 부탁드려요' 등, 이런 요청이 정말 많다. 물론 직원들은 모든 고객에게 좋은 객실을 배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객실은 한정적이고 좋은 위치를 모두가 차지할 수는 없다. 기념일 선물은 없는지 여쭤볼 때마다 없다고 답변하는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모든 객실에 기념 케이크나 와인을 드리기엔 식품 관리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 요청을 들어드리기가 어렵다. 미리 정비도 깔끔하게 해 두고 기념일 선물도 세팅해두면 참 좋겠지만 체크인 시간대에 객실 변경이 수시로 이루어져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고객 응대할 때는 이런 부분을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된다.



3. 억지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아용 대여품, 무료 Late Check Out, Early Check In 등을 요청하는 고객이 종종 있다. 가능하면 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전부 소진될 경우 드릴 수가 없다. 객실 수에 맞춰서 구비하기엔 비수기 기간에 남아도는 대여품들을 감당할 수 없다. 대여품을 무료로 드리는 와중에 회사가 비용을 막대하게 쏟아부어 무료 봉사를 하긴 어렵다. (대여품 하나에 얼마나 하냐고 하겠지만 호텔 이미지상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대여품 종류가 많아 다 합치면 금액이 꽤 높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부분도 다음 날 객실이 만실이면 제공해드리기가 어렵다. 체크아웃을 제시간에 해야 빨리 정비를 마치고 다음 고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설명드려도 믿지 않은 고객들이 더러 있다. 굳이 있는 대여품을 없다고 말할 이유도 없고 객실에 여유가 있는데 Late Check Out이 어렵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료 Late Check Out, Early Check In은 당연히 요청해도 될 권리가 아니다.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안 되는 걸 해달라고 떼쓰는 건 3살짜리 아기와도 같다. 하지만 이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고객들도 참 많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간혹 사기를 치려는 고객들이 있다. 식사를 하고 배탈이 났으니 객실료를 전액 환불하라던지, 본인 아이가 수영장 바닥에서 뛰어다니다 넘어져놓고 안전 문제에 대해 소홀했으니 병원비를 포함하여 모든 걸 변상하라던지, 등등. 대부분 그렇게 다치시는 분들은 집에서 마데카솔 바르고 대일밴드 붙이면 다 나을 정도의 상처인 경우가 많다.


나는 가끔씩 궁금하다. 그런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두 번은 요청할 수 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호텔리어는 눈칫밥의 대가들이다. 그리고 모르는 척의 선수들이다. 말 몇 마디 해보면 이 사람이 진심으로 불편을 겪었는지 트집 잡아서 어떻게든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건지 귀신같이 안다.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일 뿐이다. 호텔에는 법무 팀이 있고 블랙리스트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매우 젠틀하고 친절하며 대부분의 호텔리어는 고객에게 성심 성의껏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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