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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Mar 02. 2019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웹툰
[카산드라]


내가 여태 본 만화와 웹툰 천 권이 넘는 작품 중 넘버원을 꼽자면 바로 이 웹툰 ‘카산드라’다. 한 베스트 댓글은 이 작품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야기로 사람 잡는 존재감 묵직한 웹툰'


일리아스를 완벽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수많은 웹툰이 흥행하고 드라마로 이어졌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자신한다. 탄탄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다음 웹툰 카산드라를 소개해볼까 한다.






실제 카산드라는?

카산드라는 90년대생이면 모두 알 법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리아모스 왕의 딸이다. 아폴론에게 예언 능력을 받았지만, 그의 사랑을 거절한 대가로 그녀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신이 참 쪼잔하다. 어쨌든, 이게 신화 속 내용이라면 실제 카산드라는 어떨까.


작가는 카산드라를 여성에게 한정된 역할만을 제시했던 사회적 분위기에 안주하지 않고 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습득한 똑똑한 여자로 보았다.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어 두 단계 앞선 예측을 한다. 즉, 신에게 받은 예언이 아닌 자신의 판단 능력으로 국가를 위해 누구보다 정확하고 올바르게 결정한다. 다만 아버지인 왕과 친오빠이자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도 생각하지 못한 방안을 제시해 그것을 아무도 믿지 못한다.



그리스 신화 절세 미녀 헬레네의 정체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이지만 에로스의 황금 화살을 맞고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사랑하게 되어 트로이로 도주하게 된 인물로 나온다. 이로 인해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어릴 적 신화 속 헬레네는 수많은 트로이 영웅들의 우상이자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미녀로만 묘사될 뿐 그녀의 세부 성격에 대해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작가는, 헬레네를 남자의 심리를 꿰뚫어 모든 걸 헌신하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식견까지 뛰어나 내로라하는 영웅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불리한 전쟁을 막으려는 카산드라와 그걸 반대하는 왕자들

 

신의 가호를 받은 예언이 아닌, 본인의 판단력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카산드라


유부녀 헬레네의 빅픽쳐

 

헬레네의 계략을 꿰뚫고 있는 카산드라


카산드라를 유일하게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어떤 훈남




정치, 경제, 사랑, 가족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는 웹툰

보통 한 웹툰이 하나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 작품 안에 정치, 경제, 전쟁, 사랑, 우정, 가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내는 것은 엄청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의 삶은 한 가지 문제만 맞물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남녀노소 나이 불문 웹툰을 즐길 수 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정치적 싸움에 포커싱 되어있긴 하지만 헬레네와 카산드라의 치열한 신경전을 지켜보는 맛이 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캐릭터들의 삶이 하나씩 펼쳐지며 만화 속 세상에 풍덩 몰입하게 된다.






싸움은 남자 영웅들이 하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두 여자

드라마, 영화 등 많은 작품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른다. 시대적 배경인 탓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작품을 더 즐겁게 보는 편이다. 그리스 시대에도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었다. (작품상) 남편을 잘 모시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고, 공부하거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도 머리가 비상한 두 여인이 판을 짜고 전쟁영웅들로 장기판을 벌인다. 둘의 성격이나 지향점은 다르지만 만만치 않은 내공의 두 여인의 첨예한 갈등을 지켜보기 위해 어느새 다음 화를 넘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선덕여왕의 서양 판이라고 느꼈다. 물론 선덕여왕은 덕만이가 점점 성장해가지만, 카산드라는 이미 천재적인 두 여인이 갈등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느껴진다.


네이버 도전 만화 때부터 꾸준히 보아왔고, 작가님에게 절대 연재 중단은 하지 말아 달라고 따로 메시지도 드렸던 작품이라 더욱 애정이 간다. 성실한 연재, 엄청난 분량, 탄탄한 스토리로 정식 웹툰으로 연재할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꽤 오랫동안 베스트 도전만화에 있다가 다음에서 데려갔다. 초반에는 촌스러운 그림체로 욕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그걸 뒤엎을 만큼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다. 만약 웹툰을 단 한 개만 추천할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 현재는 작가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후에 이어지는 회차는 작가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간헐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km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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