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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Mar 05. 2019

법의 부조리함을 예리하게 꼬집는 웹툰 [비질란테]

믿고 보는 김규삼


네이버웹툰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믿고 보는 김규삼'이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작가 김규삼은 <하이브>, <N의 등대> 등 많은 히트작을 냈다.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한 작품을 두 번 이상 거의 보지 않는(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새로운 걸 보느라 기존의 것을 다시 볼 시간이 없다.) 내가 <N의 등대>를 3번이나 봤으니, 그리고 볼 때마다 재밌었으니 말 다했다. 여담이지만 무인도에 갇힌 스토리나 복잡한 퀴즈를 푸는 듯한 전개, 반전을 즐긴다면 <N의 등대>도 꼭 추천한다.



김규삼 작가는 탄탄한 전개와 입체감 뚜렷한 캐릭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속도감,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능하다. 매번 댓글로 여러 사람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이번에는 crg라는 글 작가, 다른 여러 작가들과 협업해 <비질란테>라는 범죄 스릴러를 제작했다. 액션과 스릴러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김규삼 작가의 표현력과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두드러진다.


김지용=비질란테의 정체를 찾으려는 의문의 최 기자. 섬뜩한 표정을 잘 살려내는 김규삼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



하루가 멀다 하고 개봉되는 흔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영화관에 잘 가지 않은지 꽤 됐다. 엇비슷한 느와르 영화에 지쳤다. 영화를 잘 볼 줄은 모르지만 볼 때는 웃겨도 뒤돌아서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반면 < 비질란테>는 사람들 사이에 크게 이슈가 된 범죄들에 대해 반영한다. 집단 성폭행을 했지만 과거를 멋대로 청산하고 현재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살인범을 포박하려다 폭행죄로 억울하게 신고당한 선량한 시민 등,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하여 스토리라인을 이어간다. 그저 만화라고 치부하며 즐겁게 보기에는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는 웹툰이다. 만화를 보며 울분이 터지지만 더 슬픈 것은 실제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거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와 제복을 입은 남자, 동일인물 주인공 '김지용'이다.




경찰 지망생 김지용은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가 묻지 마 살인사건을 당해 충격을 받고 흉악범들을 직접 처단하여 법의 구멍을 메꾼다는 소명을 갖게 된다. 낮에는 착실하고 모범적인 경찰대 학생으로, 주말 저녁에는 본인의 신분을 활용해 강력범죄자를 응징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김지용의 행동으로부터 파생된 생각들이다. 섬뜩한 이중생활을 하는 김지용의 감정 변화를 살펴보는 것, 현실 반영한 사건들을 둘러싸고 범죄자에게 (혹은 세상에) 사이다 같은 멘트를 날리는 것, 그리고


김지용의 행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드는 것.




김지용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댓글을 꼭 챙겨보는데 가끔 날카로운 댓글들도 있다.
김지용에 대해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



작중 초반에는 김지용의 행동을 지지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어차피 만화고, 현실에서 풀 수 없는 답답함을 만화에서라도 속 시원하게 풀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지고 김지용의 살인 행위가 늘어갈수록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억울한 피해자들이 많으니 법치주의를 강화해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하라?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만화로라도 분통 터지는 마음을 해소하라? 그런 1차원적인  이유는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든다.


법의 구멍이 많더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뻔한 교훈으로 마무리될 것인가? 그렇다면 더 실망할 것 같다. 범죄자를 응징하는 전개나 대사는 지금처럼 1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간결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대립되는 두 논리에 대해서는 결론을 짓던, 독자들에게 생각에 잠기게 하던, 보다 고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태껏 본 것에 의하면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팽팽하게 맞서는 두 의견


모순된 면모를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 김지용의 심리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고 사회문제에 대해 단순히 법을 탓하기만 하는 것이 맞는지, 보지 못하는 점은 어떤 게 있는지 등 여러 관점에서 풀어나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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