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텔에 처음 가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들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와중 컨시어지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보고 움찔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꼭 봐줬으면 한다. 컨시어지는 호텔 직원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가 아니다. 직원인 내게는 당연히 알아야 할 '컨시어지'의 기능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전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고객을 아기 다루듯 하라는 상사의 말이 어떤 뜻인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이었다.
재작년부터 호캉스 열풍이 불면서 돈을 모아 5성급 호텔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호텔의 기본 매너와 상식, 이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 5성급 호텔 기준이며, 호텔마다 상이할 수 있음
컨시어지란?
호텔의 꽃은 프론트라고들 하지만, 컨시어지가 호텔 본연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 실현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에서 주인공 조여정 씨는 특급 호텔의 컨시어지 직원이다. 한 고객이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려서 쓰레기장에 찾아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뒤지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라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긴 하지만 이처럼 컨시어지 부서에서는 매뉴얼보다 고객의 심정을 우선으로 여긴다. 즉, 필요한 거나 불편한 게 있다면 언제든 친구처럼 털어놓을 수 있고, 간단하게는 주변 맛집과 교통편, 항공편 예약 등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컨시어지 직원들은 보통 연차가 어느 정도 된 직원들이 담당하며 주변 지리나 레스토랑에 대해서도 정보를 숙지하고 있다. 그들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은 분위기와 맛이 일정 수준 보장되어 있어 가끔 참고해보는 것도 좋다. 관광지로 유명한 장소의 경우 관광 코스도 추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컨시어지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을 경우 팻말을 두고 자리를 비워두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환경을 생각한다면 재실 정비 때 그린카드를 올려두자
요즘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상당히 많은데 호텔에 투숙하며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연박으로 투숙할 경우 침구 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보통 녹색의 카드로 되어 있고 외출 시 침대 위에 올려두거나 빼두면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은 안내 문구 참고) 침대 시트를 교체하지 않는다. 사실 늘 새로운 침구에서 자고 싶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침구 세탁 시 사용하는 세제 양을 줄일 수 있어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 또 호텔에 따라서 이런 캠페인에 동참해준 고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소정의 선물을 드리기도 한다. 그린카드는 객실에 처음 들어설 때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두니 살펴보면 된다.
슬리퍼, 가운은 반드시 객실에서만 착용하자
로비나 조식 뷔페를 이용할 때 가운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는 사람은 90% 이상 한국인이다. 왜 그럴까? 나름 그들을 변호하자면, 주거 환경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외국인들은 신발을 신고 객실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슬리퍼나 가운이 내복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국인들은 일단 신발을 신으면 밖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 슬리퍼나 가운을 입고 객실 밖을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의문이긴 하다. 또한, 호텔은 대부분 대리석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어 객실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면 굉장히 미끄러워서 안전상 위험하다.
일단 객실에 들어서면 서랍을 다 열어보자
객실 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비치되어 있다. 성경책, 옷걸이, 다리미, 빨래 건조대, 커피포트, 커피 캡슐, 과자, 미니바, 와인 오프너, 커피잔, 와인잔, 유리컵, USB 포트, 메모지, 엽서, 금고, 구두 주걱 등 생각보다 다양하다. 특히 전화기, 블루투스, 알람 시계, TV 작동법 등이 상세하게 나와있는 안내 책자가 비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객실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타월의 종류
호텔에는 4개의 타월 종류가 있다. 발수건은 풋 타월(Foot Towel), 외국 영화에서 종종 보는 온몸을 휘감는 커다란 타월은 바스 타월(Bath Towel),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은 핸드 타월(Hand Towel), 손바닥만 해서 손 닦는 용도로만 사용될 것 같은 타월이 의외로 페이스 타월(Face Towel)이다. 핸드 타월같이 생긴 게 페이스 타월, 페이스 타월처럼 생긴 게 핸드 타월이라서 명칭이 조금 헷갈린다. 페이스 타월은 보통 세면대 쪽에 비치되어 있지만 잘 손이 안 가는 타월 종류 중 하나긴 하다.
퇴실할 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자
퇴실 후의 객실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 사람의 품격, 수준을 엿보는 창이랄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초등학생들도 아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것마저 지키지 않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객실을 수어 번 들락거리다 보면 상대적으로 VIP 고객의 객실은 인상 깊을 정도로 깔끔하다. 도대체 객실을 쓴 게 맞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다. 반면 정말 심한 객실은 폭풍우가 휘몰아친 건가 싶을 정도로 퇴실을 한 건지 아직 머물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쓰다만 수건은 온갖 곳에 걸려있고, 똥을 감싼 기저귀, 과자 부스러기, 각종 쓰레기는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어차피 돈 내고 이용했고 메이드가 치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느 수준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텐데 거의 위 사진 혹은 그 이상을 말한다. 객실을 어떻게 이용하면 소파랑 스탠드가 쓰러져있을까, 싶을 정도. 정말 저런 사람이 있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예상외로 엄청 많다. 한 번 머물다 갈 곳이니까 무식해 보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