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 도움은 안되는 한국어 단어장 4 ]

by 레잉

무덥다 [무덥따]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렵게 덥다.


6월쯤 장마철 시작하면 습하고 더워진다.

그냥 온도가 높아 더운 게 아니라 습기가 더해져 무더운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와서 교류하는 날이 있었다.

운동장에 나갈 예정이 비가 오는 바람에 체육관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다.

운동장이면 바람이 불고 교실이면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데 하필이면 비 때문에 문도 열지 못하는 체육관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건 마치 찜기 안에 만두가 된 기분이었다.


만두가 되어버린 나는 그 와중에도 한국에서 온 대학생 언니에게 한마디라도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한국어 잘하는 친구가 그 자리에서 알려준 단어도 싫고 알려주고 따라 말해보는 말도 싫었다.

오로지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외워 온 말을 내 타이밍에 맞춰 내가 건네고 싶었던 것이다.


앞에서는 모르는 말이 쉴 새 없이 오가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바빴다.

대학생 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이때다 싶어 "무더워요"라는 말을 건넸다.

발음이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못 알아들었는지 이해를 해준 것 같지가 않았다.

설마 잘못 말했나 의문이 들어 어미가 살짝 올라간 "무더워요?"로 다시 건넸다.

이번에는 대학생 언니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아 더워요!" 라고 대답을 해주었지만 내가 말한 단어와 다르게 전달이 되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도와줬지만 "무덥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모습을 보니 흔히 쓰는 말이 아닌가 보다 하고 그냥 덥다고만 했던 걸로 했다.


그해 여름에 나는 인생 처음 한국으로 가보게 되었다.

햇빛은 비슷하게 강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그늘에 있으면 더위를 피할 수가 있었다.

한국의 여름은 내가 그때까지 알던 여름과 다르게 습하지가 않았다.

내가 건넨 "무덥다"라는 말이 전달되지 않았던 건 쓰일 만한 상황이 잘 없어서였던 것 같다고 나름 납득을 하고 끝을 냈다.


2024년 8월 오랜만에 한여름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 여름은 여기와 달리 무덥지 않다고 어른 되면 여름마다 한국으로 피서하러 와야겠다고 말했던 고등학생 레이.

그 말대로 어른 되고 피서하러 왔지만 몇년 사이에 한국도 비슷하게 무더운 여름이 되어있었다.

무더운 여름 속에서도 이왕 여행왔으니 시간을 아낌없이 쓰려고 바쁘게 다녔다.

더위에 이기지 못해 나는 이틀에 한번씩 더워를 먹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아파하고 있다는게 억울하고 속상해서 새벽에는 눈물을 흘렸다.

무더위는 어마어마했지만 그래도 한국의 여름은 무덥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여름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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