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군산

8gatsu No Christmas · Masayoshi Yamazaki

by 레잉

아무 인연이 없는 도시를 한 영화를 계기로 찾아가게 되었다.

그 영화는 바로 1998년에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집에서 편하게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오래된 분위기에만 끌려서 보게 되었다.

슬프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와 이 영화만이 가진 그 시대만의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나의 관심은 이 영화를 찍은 촬영지인 군산을 향하고 있었다.


군산에 대해 알아봐 보니 내가 나고 자란 일본과 관련해서 마음 아픈 역사를 품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가 좋다는 단순한 이유만 가지고 내가 함부로 찾아가도 되는 곳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답을 내지 못한 채 군산을 찾아가고 말았지만 나의 무거워진 마음은 군산 사람과의 인연이 풀어주었다.


군산 명물에 대해 알아보다가 짬뽕도 유명하지만 독립서점도 다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좋아하는 나는 한국어로 쓰인 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생겨가는 중이었다.

독립서점을 찾다가 알게 된 곳에서 아주 멋진 소설가와 인연이 닿았다.

혼자 찾아간 낯선 군산이었지만 그분은 자신의 생각과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얻지 못했을 풍부한 지식과 풍경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분을 통해서 본 군산은 가라앉은 마음도 다시금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낼 수 있게 힘을 보태줄 것 같은 차분하면서도 든든한 모습이었다.


서울과 부산처럼 붐비는 곳이 아니라서 머리를 비우고 목적을 버리고 동네를 찬찬히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군산도 명물이 있기에 가야 할 곳도 먹어야 할 곳도 없지는 않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것도 여기만의 매력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군산에서 가장 유명한 짬뽕을 먹지 못하고 끼니를 걸렀지만 카페에서 여유롭게 마신 커피와 엘피 바에서 오래된 음악을 접하며 보낸 시간은 나의 마음을 채워주기도 하였다.

익숙한 곳만이 편안함을 주는 줄 알았지만 낯선 곳도 나에게 새로움과 동시에 미묘하게 포근한 편안함을 주었다.


나는 소설가와의 인연을 통해 8월에 또다시 군산을 찾아가게 되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찾아간 첫 번째 11월의 군산에서 멋진 소설가를 만나고 그 인연으로 다시 찾아가게 된 두 번째 8월의 군산에서 예쁜 카페를 차린 사장과 인연이 닿았다.

좋은 인연이 자꾸 닿는 곳, 군산은 참 신기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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