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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시작하는 대화의 온도

by 동민

말을 잘 한다는 건 무엇일까?


내 생각을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하는 그 미묘한 기술은 늘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실타래를 풀듯이 표현을 다듬고, 어떻게 하면 오해 없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상상한다. 혼자 대화를 연습하듯, 내가 건넬 말을 또박또박 다듬으며 상상 속 대화 상대의 반응까지 세심하게 그려본다. 때로는 말의 뉘앙스 하나, 어조 하나가 대화의 온도를 바꿀 수 있음을 안다. 그래도 때로는 작은 말의 틈새로 오해가 스며들곤 한다.


돌이켜 보면 오해의 뿌리는 언제나 비슷하다. 부족한 말, 어긋난 맥락, 그리고 부재한 질문들. 단 한 개의 작은 질문이 대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질문은 대화의 실마리이자 상대의 마음을 여는 작은 열쇠다. 마치 좁은 문을 살짝 여는 것처럼, 적절한 질문 하나가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질문 하나가 판도를 뒤흔들 텐데, AI와의 대화는 얼마나 섬세할까? 사실 AI는 우리보다 더 많은 맥락을 놓친다. 내가 건넨 몇 마디 말에만 의존해 답을 내놓으니, 상황과 배경을 세밀하게 설명하며 질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해야 AI도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기분 나쁜 날, 뜬금없이 "걔는 대체 왜 그래?"라고 물으면 AI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친구와 다퉜는데,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했을지 궁금해"처럼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대화의 풍경이 달라진다. 불명확한 질문은 대화를 상대의 의도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쓸데없이 돌아가는 과정으로 만들어버린다.


대화란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다.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엮어가는 섬세한 예술이다. 말을 한다고 해서 내 의도가 전달되는 건 아니다.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가는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문은 정보 전달을 넘어 상대의 마음을 여는 창이자, 서로를 이해하는 섬세한 다리다.


AI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질문을 명확하고 신중하게 던질수록 대화는 더 깊은 의미를 얻는다. 대화의 온도는 질문에서 시작되고, 질문의 깊이는 우리의 이해와 공감의 깊이를 결정한다.


질문을 잘 던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때로는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정확한 언어로 옮기는 게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신경 쓰고 싶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든, AI와의 대화에서든.


작은 질문 하나가 대화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질문이 답의 절반이라는 말처럼, 입 밖으로 내보내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 작은 변화가 만들어낼 대화의 깊이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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