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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Sep 06.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2

기억 (2)

- 기억 (1)

기억 (2)

- 기억 (3)






언젠가 높고 맑은 하늘이 보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저 청량한 하늘과 넓고 푸른 자연 속에 섞여있고 싶었다.


그러면 어지럽고 심란한 내 마음도

깨끗하게 날아갈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주말만 되면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느낌을 찾아 헤매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카페.


카페와 바다 사이에 있는

햇살을 피해 가라는 듯 시원하게 펼쳐진 작은 숲은

따사롭게 윤슬 거리는 나뭇잎들로 가득했다.


그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신다.



"오빠, 기분이 좀 나아졌어?"



그 소리에 옆을 돌아보지만

빈 의자에 가방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이상하지.



떠나간 지 오래된 목소리가

아직도 옆에서 생생하게 메아리친다.


다시 고개를 돌려 숲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있을 리 없는 그 모습이

바다 말고 자신을 바라보라는 듯 앉아있는 것 같다.


눈가에 습기가 차오르는 짧은 순간이 지나자

그 모습은 아련하게 사라진다.



"난 오빠하고 같이 나이 들어갈 거야.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고백 같은 사랑 이야기가 귓가를 스치는 것 같다.


몸을 일으켜 바닷가를 걸어본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내 가슴에 부딪힌다.


반짝거리는 백사장위에서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드잡이하고 있는 우리가 보인다.


그때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에 오직 너 하나뿐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렇게 많은 추억들을

하나씩 바람에 날려 보낸다.


추억 하나가 흩어지면

내 마음도 한 조각 흩어진다.


이내 텅 비어버린 마음에서 아련한 아픔이 느껴지지만

깨끗하게 비워내야 한다.


새로운 사랑이 그 모습에 아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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