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
- 기억 (1)
- 기억 (2)
- 기억 (3)
갸름한 얼굴, 살짝 가늘고 작은 눈.
모자를 눌러쓴 예쁘장한 여자애가
오빠 오빠 거리면서 나를 따라다닌다.
무뚜뚝한 몸짓으로 그 아이의 장난을 받아주는 나는
그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
밀어내거나 귀찮아하지 않았다.
사실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이었다.
신경 쓸 다른 것들은 없다.
이 순간만큼은
이 녀석이 깨춤 추듯 방정 떠는 모습을 지켜보고,
수다를 듣고 같이 웃어주는 것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래,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천천히 눈이 떠진다.
그리고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꿈이었구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완전히 잊고 있던 그 모습이
왜 갑자기 꿈에 나오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 기억 속 그 아이는 그렇게 깨방정을 떠는 녀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꿈이었지만 잠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꿈에서 깬 지금은 그 행복을 빼앗긴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어떻게 이렇게 순간적으로 뒤바뀔 수 있는 걸까.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품고 느리게 출근 준비를 한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높고 푸른 하늘과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나를 맞이한다.
꿈이 내게 준 기억과 감정은 빠르게 지워져 간다.
그 기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아니, 좋은 느낌만 간직하자.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으며
아침 햇살 사이로 나아간다.
나의 삶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