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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Sep 08.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3

기억 (3)



- 기억 (1)

- 기억 (2)

- 기억 (3)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데이트 중인 커플, 수다 중인 여성들,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밖이 잘 보이는 창가 옆에 자리를 잡는다.


노트북 화면은 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그저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창업에 연애에 결혼에 실패하느라

잃어버린 내 시간들은

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럴수록 내 몸은 점점 더 무겁게만 느껴지고

마음속은 답답함으로 곪아간다.


그럼에도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고작일 뿐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다.


사랑과 이별의 노래들이 귀를 타고 내 안에 들어와 마음속을 헤집기 시작한다.


천천히 눈을 감고 그 감정들을 느껴본다.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어지러이 펼쳐졌다 사라진다.


나를 힘들게 했던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성난 파도가 되어 다시 나를 덮칠 듯 밀려온다.


내 감정이 격하게 요동친다.


짜증에서 고통으로 다시 분노로.

슬픔과 이해가 뒤엉키며 내 마음을 때려댄다.


짧은 혼란의 끝에 수많았던 기억과 감정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갔다.


다시 떠올려보려 노력해 보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허함만 메아리친다.


천천히 눈을 뜨고 카페에 들어찬 사람들을 둘러본다.


수다 떠는 사람들, 공부하는 사람들.

누군가와 즐겁게 통화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

나는 혼자구나.

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이방인처럼 나는 혼자구나.


참 이상하지.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맘 편히 연락할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고요해진 가슴속을 다시금 찔러온다.


지지 말자.

내 기억과 감정들에 지지 말자.

아직 시간은 내 편이니 포기하지 말자.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 기억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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