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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Sep 25.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11

고백



아무런 기대 없이 나간 자리에서 너를 처음 만났어.


맞은편에서 본 너의 작고 맑은 눈망울이 나를 당황하게 했었지.


사실 그날 일들이 잘 기억이 안 나더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거든.


너를 본 순간부터 떨리던 가슴이 내내 진정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즐겁고 기뻤던 것 같아.


집에 가는 못생긴 길조차 예쁘게만 보였고, 혼자서 외로이 지내던 집에서도 너의 눈웃음과 예쁜 미소만이 떠올랐거든.


이 사람 참 마음에 든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며칠이 지나 너를 두 번째 만났을 때는 편안함이 느껴지더라.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편한 느낌이었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너의 마법 같은 말솜씨에

내 얘기를 궁금해하는 너의 호기심에

나는 고마워했었지.


세 번째 만났을 때는 그저 바라만 보고 싶었어.

너라는 그림에 푹 빠져 감상하고 싶었으니까.


그래도 애써 정신 차리려고 노력했지.

그렇게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 만남이 한번 한번 늘어갈수록 나는 자신이 없어지더라.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 들었거든.

지금 이 모습을 영원히 지켜줄 자신이 없었거든.


나는 그런 내게서 도망치고 싶었지.

너무 바보 같지?


그런데 그날 네가 내 손을 꼭 잡아줬어.


속으로 울컥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하느라 얼굴까지 새빨개졌었지.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다짐했어.


바보같이 굴지 말자고.

네 옆에 서있을 사람이 부족하고 멍청할 리 없다고.


그때 알았지.


나의 하루가 너로 가득 차 있음을.

그렇게 내가 행복 속에 살고 있음을 말이야.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어.


너의 존재 덕분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그러니 이 행복을 함께 하자고.


그래.


만약......



만약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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