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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Sep 24. 2022

가을 그림



완연한 가을이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봄.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떠날 수 없던 여름.

그리고 폭우와 늦더위를 지나 완연한 가을 날씨에 들어섰다.


맑은 하늘 위로 떠다니는 구름 조각들은

내가 더 높고 빠르다는 듯 경주를 한다.


햇살을 받아 환히 빛나는 인도의 색은 마치 백사장의 그것과 닮았다.


바람에 찰랑이는 푸른 나뭇잎과 길가의 꽃들은

아침을 맞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듯 찰랑거린다.


이런 날씨라면 출근길인들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하물며 주말 아침에 맞은 이 날씨를 어찌 즐기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도 완벽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복잡한 생각일랑 다 내려놓고 날씨를 즐기고 싶었다.

오늘 하루 내 생각과 감정들을 덮어놓고 행복을 즐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차를 몰고 북한강으로 달렸다.

혼자라 다소 심심하겠지만, 그만큼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충분했다.


이런 날씨가 되면 더없이 완벽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강가에 자리를 잡으면 생각보다 넓은 강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찰랑대는 강물에 시선을 뺏긴다.


반대편 저 멀리 낮은 산들과 푸르른 하늘이 이 황금색 강의 배경이 되어준다.


그곳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그림을 눈에 담고 있으면 묘한 긴장감이 내 심장을 간질거려온다.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 역시 이 그림의 배경인 것처럼

그저 스쳐갈 뿐이다.

그렇게 한 폭의 그림을 보며 나를 살짝 되돌아본다.



아무렴 어때.

바쁘게 살았던 날들의 보상이 이거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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