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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Oct 15.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20

아침 색깔



오늘은 평소답지 않게 일찍 아침을 맞았다.


무거운 눈을 힘겹게 밀어내니 새벽을 가로질러 온 아침 햇살이 내게 쏟아지며 남은 잠을 몰아냈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몸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며 게으름을 이겨내고 있었다.


어제의 숙취가 아직 좀 남아있는지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새우잠이 몸에 쟁여놓은 피로를 벗어내기 위해 가볍게 몸을 흔들며 스트레칭을 하고 차가운 물 한잔을 들이켜니 이른 아침을 맞았다는 사실이 이제 겨우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으쓱한 기분과 아침을 맞이한 상쾌한 기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매일 이렇게 부지런하게 일어난다면 좋을 텐데, 나의 현실은 그것과는 아직 거리가 좀 있는 것 같다.


간단한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나면 으레 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을 둘러보며 잠시 고민하는 척해보지만, 선택은 항상 간단했다. 입을 옷이 몇 벌 안 되는 덕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조합을 해도 비슷비슷하다 보니 선택이 쉬울 수밖에......


나름 말끔히 옷을 차려입고 손목을 들어 시계를 봤다.



'아직 너무 이른데...?'



약속은 오후인데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으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소파에 기대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느껴지는 가벼운 설렘이 점점 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분을 좀 더 즐기고 싶었기에 무작정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른 시간임에도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제법 많은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걸었다.


아직은 쌀쌀한 공기가 몸을 스쳤다. 차가운 바람이 코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오니 내 안의 설렘이 살짝 상기되었는지 심장이 작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조급해진 마음은 좀 더 바르게 시간을 달리고 싶어 했다.


그렇게 아침의 시간을 계속 걸어갔다.




오늘, 너를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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