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에서
월요일 오후쯤 식빵 한봉지를 샀다.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다. 큰 길 뚜레쥬르까지 가기가 귀찮아서 가까운 동네빵집에 갔다. 사실 여기는 판매하는 빵도 적고, 조그만 빵집이라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다. 빵집 한켠에는 이제 막 구워져서 선풍기 바람에 식혀지고 있는 식빵이 있었다. ‘오호 방금 구워 신선한 빵이군!’ 구운지 오래된 빵을 팔 것 같다는 생각을 통쾌하게 깨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빵과 빵사이에 카야쨈을 바르고 계란옷을 입혀서 통통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 이틀 후.
수요일 아침, 나가려는데 엄마가 식빵 어디서 샀냐면서 빵이 다 안구워졌는지 가운데가 끈적끈적해서 먹지를 못하겠다고 빵 상태를 보여줬다. 쿰쿰하고 끈적한 반죽이 만져졌다. ‘이상하다? 진짜 갓 구워진 빵이었는데..’ 그래도 이유나 물어봐야겠다 싶어 반 이상이 남은 빵봉지를 들고 동네빵집에 다시 갔다. . 빵집 아저씨는 허허 웃으시며 “월요일에 사가셨고,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우리빵은 당연히 이렇게 곰팡이 피고 썩어요” 하셨다. 순간 당황했다. ‘아 만든게 잘못된 게 아니고 보관을 잘못한거 였구나. 그래도 하루만에 빵이 이렇게 상해도 되는건가?’ 싶어 다시한번 물었다. . 공장에서 만든 빵은 실온에 두어도 조금 괜찮지만 여기서 만든 빵은 방부제가 없어서 금방 곰팡이가 핀다고. 상했다고 많이들 이렇게 다시 찾아오신단다. 미리 설명 못해줘 미안하다며 아저씨는 또 한켠에서 선풍기 바람에 식히고 있는 식빵 한봉지를 포장하시더니 건네주셨다. 먹고 남은 빵은 바로 꼭 냉동고에 넣으라는 말과 함께. . 코스트코에서 사온 크로아상은 포장 박스채로 몇일을 두어도 정말 쌩쌩하던데. 그래서 동네빵집보다 코스트코 빵 보관 하는 방법에 나도 더 익숙하다.
나는 요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건 먹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하는 것이기도 하고 만져지지 않지만 생각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고 선한 것이고 옳은 일이라는 무조건적인 맹신이 있었던 것 같다. 억지로 오래가게 하는 방부제는 넣지 않는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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