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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Sep 27. 2020

#4. 네가 하는 일은 지식을 배달하는 일이야

책과 노니는 집



나오는 사람:  

필사 쟁이 장이 아버지, 약계 책방 최 서쾌, 지물포 주인 오 씨, 도리원 청지기 아저씨, 낙심이, 미적 아씨, 홍교리 어르신, 허궁제비. 등




장이가 어깨에 둘러멘 책보 속에는 새로 필사한 <전등 신화>와 <숙영낭자전>이 들어있었다. 장이는 이야기 책을 배달할 때 가장 신이 났다. 더구나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전할 때는 발걸음이 더 가벼웠다. (p.22)


“네가 상대하는 손님들은 행세하는 집안에 글깨나 읽는 양반 선비들이다. 손님을 찾아갈 때, 매무새도 단정히 하고 함부로 입을 놀려 귀찮게 하지 말거라. 넌 주막거리에서 술 심부름하는 아이가 아니다. 네가 하는 일은 지식을 배달하는 일이야. 값진 일이다. 명심해야 한다.” (p.23)


“간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아버지는 손에서 붓을 떼지 않은 채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


“장이 네가 이야기책도 좋아하고, 글씨도 반듯반듯하게 쓰는 게 아비는 참 좋다. 나중에 네가 관례를 치를 나이가 되거든 우리도 작은 책방을 얻자꾸나”

(p.76)


“장아, 아비는 책방을 꾸미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약값으로 헐고 싶지 않다. 책방을 차려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고, 새로 들여온 책의 자리를 찾아 주고 싶구나.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책도 소개해주고.. 그렇게 사는 게 아비 꿈이다.” (p.77)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p.78)


서유당 ; 책과 노니는 집.


나도 작은 책방 하나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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