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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Jan 12. 2021

#7. 절대로 알을 낳지 않겠어. 절대로!

마당을 나온 암탉


암탉은 결국 마당을 나왔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은 기대했던 울타리 밖의 삶이 아닌,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만나게 된다. 미리 알았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닭장을, 마당을 나왔을까? 많이 슬프면서도 경이롭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책은 동화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읽을 책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생명의 탄생의 신비, 그리고  생명을 위한 희생, 그리고 이별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잎싹은 난용종 암탉이다.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암탉이라는 말이다. 잎싹은 양계장에 들어온 뒤부터 알만 낳으며 일 년 넘게 살아왔다. 돌아다니거나 날개를 푸덕거릴 수 없고, 알도 품을 수 없는 철망 속에서 나가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몰래 소망을 가졌다. 마당에 사는 암탉이 앙증맞은 병아리를 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본 뒤부터였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잎싹은 이 소망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p.10)



"요즘 들어서 통 먹질 않는 군, 쯧쯧, 병든 모양이야"

주인 남자가 못마땅해하며 핏자국이 있는 알과 잎싹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알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주인 남자의 손가락이 닿자 알이 물렁하게 들어가며 잔주름이 잡혔다. 잎싹은 속으로 몹시 놀랐다. 작고 볼품없다고만 생각했지 물렁한 알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껍데기도 여물지 못했다니...'

주인 남자는 이맛살을 찌푸렸을 뿐이지만, 잎싹은 가슴이 아프게 긁히는 것 같았다. 알을 빼앗길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지금처럼 아프진 않았다. 지금은 울음이 목구멍까지 꽉 차서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 같았다. 가엾게 껍데기도 없이 나오다니.

주인 남자가 물렁한 알을 마당에 휙 던져 버렸을 때 잎싹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알이 소리도 없이 땅바닥에 퍼지자 늙은 개가 와서 핥아먹었다. 얇은 막까지 남김없이. 눈물이 흘렀다. 암탉으로 태어나서 처음 흘린 눈물이었다. 잎싹은 진저리를 치며 부리를 앙다물었다.

'절대로 알을 낳지 않겠어! 절대로!'

(p.18)


잎싹은 맨가슴에 닿는 알이 사랑스러웠다. 알의 어미가 나타난다고 해도 내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잎싹은 알을 품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그래서 껍데기 속에서 너무나 조그맣게 뛰는 심장 소리마저 느낄 수 있었다 (p.64)

"아가야 너였구나"
잎싹은 달려가서 날개를 펴고 아기를 감싸 안았다. 작지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진짜 아기였다.
저수지로 가는 오리들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와 달라진 게 없는 듯해도 잎싹에게는 특별한 아침이었다. 들판 구석구석에서는 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난다. 누가 죽는가 하면, 또 누가 태어나기도 한다. 이별과 만남을 거의 동시에 경험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만은 없다. (p.88)


먼 산과 하늘의 틈바구니에서 이제껏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가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서서히 점점 크게 퍼졌다. 그리고 드디어 까만 점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새들이었다. 잠시 뒤에 수많은 새 떼가 하늘을 가렸다. 세상이 온통 새들로 가득 차더니 다른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새 떼는 저수지 위를 빙빙 돌다가 차례차례 물로 내려앉았다. 잎싹과 초록머리는 다른 세상에서 온 나그네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나그네! 네 가족이 왔구나!"

잎싹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본 적은 없지만 저들이 바로 청둥오리가 그리워하던 족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많은 가족과 헤어졌으니 혼자라는 게 얼마나 쓸쓸했을까. (p.159)




 마음 같아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 ㅋㅋ 너무 슬퍼서. 그리고 혼자 읽게 하고 싶지는 않은 , 몇몇의 친구들이 있다면 함께 둘러앉아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물어봐주고 나눌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슬프지만 아름다운 생명력이 가득한, 마당을 나온 암탉. 꼬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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