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시를 씁니다
11월 16일. 어느새 중순이다. 이제야 가득한 10월 달력을 뗐다. 미련이 있었다. 빠르게만 지나는 날이 아쉬웠다. 과연 의미 있는 날들이었나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달력을 떼는 게 귀찮기도 했다. 이제 달랑 두 장, 아니 한 장 반만 남았다.
브런치에 글이 뜸했다. 그동안 작가 소개에 두 줄을 더 올게 됐다. 작지만 귀한 상을 받아 기뻤고, 웹진에 내 시가 실려 행복했다. 스스로를 감히 '작가'라고 칭해도 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뭐 하냐는 질문에 글을 쓴다고 우물쭈물 대답하고, 가끔은 직업 란에 작가라고 쓴다. 그러나 나와 나 외의 모든 사람이 나를 '작가'라고 일컫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만족해야 하겠다.
1. 정식 문인으로 등단하거나, 2. 나의 책을 출판하거나, 3. 글로써 꾸준한 수입을 얻어야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작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등단을 소망한다. 각종 문예지나 출판사의 신예 작가를 위한 공모전 수상이나 신인 작가 모집에 당선되면 그게 곧 등단이다. 그리고 '등단'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신춘문예. 요즘 올라오는 공모는 대부분 언론사의 2022년 신춘문예다. 생각보다 많은 신문사에서 신춘문예를 공모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기 전, 작가라는 꿈을 갖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세계. 그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다. 첫 도전이니 쓰고 싶은 대로 쓰련다. 자신 없어도 티 내지 말고 자신 있게 써야지.
신춘문예 수필 공모는 많지 않아서 주로 시를 쓴다. 산문에 비해 간결하지만 자유로운 글이 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떠오르는 감정에 파묻혀 쓴다. 더 깊게 푹 젖은 감상을 순간 몰아친다. 그걸 며칠 후에 보면 가관이다. 양 팔에 돋는 닭살을 대강 문질러 잠재우고 글을 고친다.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쓰고 있다. 낮에는 해가 따뜻하고 밤에는 제법 코끝이 시린, 가을과 겨울 그 사이의 날들에 시를 쓴다.
<한옥>리뷰 창간호에 실린 제 시 '굴다리'를 소개합니다.
https://ko.thehanokreview.org/%EA%B5%B4%EB%8B%A4%EB%A6%AC-under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