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의 MBTI를 찾아라

by 희삐

나는 MBTI를 2019년에 처음 접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찾았던 기관에서 으레 하는 검사였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같은 유형끼리 팀을 나누어 과제를 하면 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그랬다. 사소한 것까지 미리 정해두려는 J와, 현지에서 결정하자는 P.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N은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S는 화면 속 어린이 수를 세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반복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호기심은 공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 처음 MBTI를 들여온 MBTI 연구소에서 정식 수업을 듣게 되었고, 자격증도 땄다. 배워서 나를, 그리고 남을 조금 더 이해해 보고 싶었다.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그때 생겼다. 그런데 그 사이 MBTI는 방송과 SNS를 타고 급격히 퍼졌고, 이제는 혈액형 대신 유형을 묻는 시대가 되었다.


내 유형은 ENFJ다. 다섯 번 정도 검사를 받았는데 한 번 ESFJ가 나온 걸 제외하면 늘 같았다. 언변이 능숙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장난을 잘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상대의 기운을 북돋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된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유형 설명을 들을 때마다 “딱 맞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같은 유형끼리 모여 수업을 들을 때, 서로 비슷한 경험을 꺼내놓으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고백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 배운 지식을 어디까지 써볼 수 있을까. 우리 집 막내, 조금은 독특한 강아지 삐삐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 삐삐가 직접 검사지를 읽고 체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대신 내가 관찰한 시간들을 16가지 유형 옆에 조심스럽게 놓아 보려고 한다. 분류하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이해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