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에 대해
기억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구요, 1학기 기말고사를 우연히 잘 봤습니다. 찍은 게 하나 빼고 다 맞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아마 이때 제 뽑기 운을 다 썼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 뒤로 언제나 제비뽑기 등에서 항상 꽝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성적을 상수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제가 올라온 것보다는 앞으로를 더 성급히 바라보셨던 것 같습니다. 칭찬은 잠시만에 그치고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하셨는데요. 결국 엄마는 2학기 때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생님을 찾아가 면담까지 하고 오셨죠. 기억은 신남의 기분에서 이제 어쩌지로 마무리됐습니다.
상담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과의 얘기 중에서 나온 게 있습니다. 인정 욕구, 보상, 사랑을 구걸(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런 맥락의 말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잘하거나 성취했을 때 적절한 보상이 있었던 가를 생각해 보면 특별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잘했지?', '나 이 정도야!' 하는
사람들의 인정과 시선에서 나름대로의 보상체계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따낼 수 있는 건 그거였으니까요.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그러려면 착해야 하고, 부탁도 잘 들어줘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타고난 성격과 연동해서 주위에 세밀히 반응하고 그걸 이뤄줌으로써 생존을 하는 방식이었죠.
거절 대신 무조건적인 수용과 스스로 해결.
여기서 얻는 자그마한 인정으로 다시 걷기.
다른 사람에게는 보상이 되지 않는 작은 걸로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결국 타인과의 비교로 가게 되더라구요. 더 인정받기 위해요.
결국 '나 - 타인 - 나 - 엑셀 - 나 - 타인 - 엑셀..'의 뫼비우스 띠에 갇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요.. ^^;;)
이런 태도는 회사란 곳에서 제가 타고난 모터 이상의 동력을 쓸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고 회사는 당연히 결과만 보기 때문에 이런 저를 잘 사용했구요.
상담 선생님 말씀이 타인으로부터 보상을 잘 받아온 사람이 스스로에게도 보상하는 방법을 잘 터득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저를 칭찬하는 주체는 타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요.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굉장히 예민했었구요.
이제라도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타인에게도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삶을 개척하려는데 쉽지는 않네요.
아무튼 오늘은 제게 주는 선물은 이 곡으로 골라봤습니다. 무지 따뜻한 노래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고양이 소리도요.
꽃잠프로젝트는 클래지콰이 호란과 함께 이비디에서 활동했던 거정과 보컬의 김이지로 이루어진 듀오입니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평화로운 집, 그 자체의 풍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노래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로 이런 집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요..
연주곡, 가사가 적은 곡으로 골랐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사라님 앨범 <Life>는 강추입니다.
- 정세린 / 마음이 쉬고 싶을 때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 정세린 / Purple Forest (드라마 <달콤한 나의 인생> ost)
정세린 음악감독님은 영화, 드라마 ost에서 맹활약하시는 분입니다.
드라마 <미생>, <시그널> 등의 음악을 작업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