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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Nov 04. 2020

그냥 좋은 노래 - 살짝 기분 안좋을 때

01편 

그냥 좋은 노래...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 

먹는 거, 입는 거, 보는 거, 입는 거, 들는 거, 친구나 연인, 가족 등 모든 데에요. 

어떤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하나하나 읊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조금 생각하다 조근조근 말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곰곰히 생각하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하구요. 


저는 '그냥'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요. 

그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아마 긴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이 명확해지는 방향을 찾는 근육을 잘 키운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또한 그걸 타인에게 많이 표현하면서 더 구체화하고 정교화했을 거구요.  


한편 자신의 취향을 좁혀가면서 또는 넓혀가면서 

정확한 이유, 근거를 찾기보다는 느낌적으로만 생각하고 쌓아온 사람, 

자신의 취향을 뾰족하게 할 기회가 적었던 사람은 

그냥 이라는 말을 잘 쓴다고 생각합니다. 

좋긴 한데, 왜 좋은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해봤거나 

내가 이런 걸 좋아하니 가지치기 등을 해나가면서 키워나가는 경험을 할 생각 없이 

만나는 여러 경험 중에서 이건 좋고, 저건 별로고...  정도

이래서 좋다라기보다는.. '어 좋네..' 딱 이 정도로만 받아들이면서 

경험을 넓혀왔던 사람에게는 좋다, 싫다는 판단이 가능한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냥 제게 좋은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직업 덕택에 깊이는 부족하지만 얇고 넓게 음악을 들어왔는데요. 


오늘 같은 기분에 (글 작성은 11/3이어서 정확히는 어제네요..) 

아, 솔직히 오늘은 조금 하루를 망쳐서요. 쬐매 안좋은 상태입니다. ^^;;


기분이 안좋을 때 보통 저는 청소년 때 듣던 노래나(바로크 메탈, 록), 아주 우울한 노래를 찾아 듣곤 하는데요. 

정도의 차이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요. 


잠깐 옆길로 이야기를 빠지자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달래는 방법 중에 먹는 게 있잖아요. 

저는 예전에 퇴근 길에 기분의 나쁨 정도에 따라 나름 수치를 만들었는데요. 

하드(아이스크림), 콘, 파인트, 초밥 순으로요. 

조금 나쁘면 하드, 무진장 기분 나쁘면 소울 푸드인 초밥을 선택해서 밀어넣었습니다. 

근데 저 음식 모두 당이 있는 음식이란 걸 나중에 깨달았지만요. 

떨어진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당으로 끌어올렸구나 하구요. 


음악으로도 기분에 따라 듣는 장르나 비트, 감성의 깊이가 다른 거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음식의 단계는 그래도 쌓아 왔는데요, 음악의 단계는 아직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살짝 기분 나쁠 때 생각날 법한, 그냥 좋은 노래(제게) 중 몇 곡 골라보려 합니다. 


01. 강민경 / 사랑해서 그래 


2019년 2월 발표한 강민경의 첫 솔로앨범 ‘강민경 1집’ 타이틀곡입니다. 

다비치로 활동을 하다가 본인이 작사 및 작곡에도 직접 참여하여 만든 첫번째 솔로앨범입니다. 

다비치에서 이해리씨가 보여주는 모습은 고음과 폭발적인 가창력이라면 

강민경씨는 음색과 감성적인 터치를 담당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솔로앨범인만큼 자신의 강점인 감성적인 톤을 강화하고 

이해리씨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가창력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있으면 나쁜 기분은 뒤로 빠지고 강민경씨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02. 권진아 / 시계바늘


2019년에 발표한 권진아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나의 모양] 타이틀 곡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 김이나씨가 작사했습니다. 

[K-Pop 스타] 시즌 3에서 TOP3에 선정된 후 

유희열씨가 픽하면서 음악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요, 

당시에 우승을 했던 이진아씨와 함께 '투진아'로 불리기도 했었죠. 

권진아씨의 목소리 자체가 이미 먹고 들어가는 점이 있는데요,  

이 곡에서는 가창력 보다는 목소리와 이에 쌓이는 현악기들에 점차 정신을 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03. 로코베리 / 너의 밤은 안녕하니 


인디밴드 로코베리 가 2019년 발표한 미니앨범 1.5집 ‘너의 밤은 안녕하니’의 동명 타이틀곡입니다. 

로코베리는 로코와 코난(베리)로 구성돈 혼성 밴드인데요, 

로코베리는 드라마 <도깨비>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프로듀싱하고, 

드라마 <태양의 후애> ost 윤미래의 ‘Always’, 펀치의 ‘밤이 되니까’, 헤이즈의 ‘오롯이’를 만드는 등 

뮤지션의 뮤지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로코베리는 2018년에 가수 김범수와 함께 멤버 둘의 사랑 이야기에 관해 얘기하다

함께 곡작업을 하기로 해서 프로듀싱은 로코베리, 보컬은 김범수가 맡은 곡 '사랑이라 하자'를  발표했었구요. 

김범수가 둘의 결혼식에 축가로 이 노래를 불러줬다고 합니다. 


04. 차가운 체리 / 환상통 


차가운 체리는 2009년에 데뷔한 팝 듀오입니다. 

'백 명이 한 번 듣는 음악보다는, 한 명이 백 번을 듣는 매력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2017년에 발표한 정규 1집 [Jamais Vu](자메뷰) 타이틀 곡입니다. 

데자뷰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텐데요. 

자메뷰의 뜻은 이미 경험하거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기억의 착각현상이라고 합니다. 

환상통이란 단어 또한 헛통증(phantom pain)이라고 하는데요.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물리적으로 없는 상태임에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을 말합니다. 


모던한 멜로디는 살짝 익숙하며 따뜻하지만 

서늘한 느낌이 깔리는 악기 구성과 보컬 톤은 상반된 느낌을 주는데요. 


이 느낌은 팀 이름과도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05. 타린 / 커피엔딩 


타린은 바닐라어쿠스틱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솔로 활동하면서  유승우, 슈가볼, 제이켠, 계범주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이 곡은 2017년에 발표했고 2018년에 리마스터링 버전을 자신의 정규앨범 [27]에 재수록했습니다. 

올해엔 미니앨범 [29]를 발표했는데요, 자신의 나이를 앨범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한 미니앨범 중에서 고를까 고민하다 일단 이 곡을 먼저 골랐습니다. 


타린씨가 이 곡을 만들고 모니터링을 부탁했었는데요, 

몇 시간을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답을 드렸는데, 메로디 가사 악기 다 좋은데, 제목에서 자꾸 벚꽃엔딩이 떠오른다고, 

그렇다고 물론 더 좋은 대안은 없다고 말했었는데요. (참 쓸데없는 모니터링평이었죠 ^^;;)

멜로디가 주는 편안함과 얼마나 많은 커피 메뉴과 나올지 듣는 재미, 

그리고 타린씨의 톤이 잘 버무려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06. 우효 / 사노라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수록곡인데요. 

인기를 끈 이 드라마에서 전미도씨가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큰 히트를 거뒀는데, 

우효씨가 커버한 이 곡은 생각보다 잘 들리지가 않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완성도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효씨 목소리에 맞게 잘 편곡돼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미도씨의 노래는 풋풋함이란 감성이 주는 진실함이란 힘의 크기가 강력했다면 

이 곡은 악기가 우효씨 보컬과 악기 하나 하나가 쌓아올라가며 

정상을 향해가는 구성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노라면'이란 곡은 엄숙함, 거창함, 이런 느낌을 주는데요, 

우효씨가 부른 버전은 조금 더 친근함에 가까워서요,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07. 박학기 /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with 승연) 


원래 이 곡은 1988년 옴니버스 음반인 '우리 노래 전시회' 3집에 실렸었고 

1989년에 박학기 1집에 다시 수록됐습니다. 

박학기씨는 2013년에 딸인 승연과 같이 작업하여 재발표했습니다. 

박학기씨의 노래 히트곡인 '비타민'에도 딸인 승연, 정연이 함께했었는데요. 

승연씨는 걸그룹 '마틸다'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때, 특히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란 생각이 드는데요. 

담백하고 담담한 두 사람의 목소리와 연주가 마음의 안정을 주곤 합니다. 


08. 토이 / 좋은 사람 Sad Story (feat. 이승환) 


2001년 발표한 토이의 정규 5집 [Fermata] 수록곡입니다. 

김연우, 조트리오(조규천, 조규만, 조규찬), 윤상, 지누, 김형중, 

이승환, 김연수, 이적, 성시경 등이 보컬로 참여한 앨범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김형중이 부른 버전이 인기를 끌었고 여전히 신청곡으로 들어오는데요. 

이 앨범에 이승환이 부른 'Sad Story' 버전이 있습니다. 


밝은 분위기와 대조되는 가사가 신선한 김형중씨의 버전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슬픈 분위기에 맞춘 절제한 목소리로 표현한 이승환씨가 부른 

'Sad Story' 버전도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09. 김동률 / 오래된 노래 


김동률씨가 2008년에 발표한 정규 4집앨범 [Monologue] 수록곡입니다. 

예전에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동률의 음악은 '조로(早老)'라고요. 

처음이 제일 좋았고 그 이상이 안나온다는 뜻으로 말했는데요, 

대학가요제 대상이나 전람회 1집만한 노래가 안나와서 그랬던 거 같은데요. 

저는 김동률씨의 솔로앨범을 듣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옆에서 누가 살짝 컨트롤 해줘야 할 거 같다고요. 

전람회, 카니발 등 프로젝트 팀에서는 좋은 노래를 만드는데

혼자 하면 자신에게로 너무 가라 앉아 대중성을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는데요. 

5집부터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김동률씨 본인도 음악적인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좋은 대중 가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었구요. 

위의 조로 얘기를 꺼냈던 사람도 이 앨범을 들으면서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구요. 

이 앨범 수록곡 중 히트곡인 '출발', '아이처럼', '다시 시작해보자' 등을 

생각하시면 조금 느낌이 오지 않을가 싶습니다. 


'오래된 노래'는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아련함이 있습니다. 

소박하고 쓸쓸한 분위기지만 감성만큼은 가득 채우는 것 같습니다.

 

10. 권나무 / Love in Campus 


2015~2016년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포크노래를 수상한 권나무씨가 

2019년 1월 1일에 발표한 새 앨범 ‘새로운 날’의 더블 타이틀 곡입니다. 

학교 선생님이자 가수인 권나무씨는 이력만큼이나 

편안한 멜로디와 솔직한 목소리, 투박하지만 직적적인 가사가 자꾸 마음을 건드립니다. 

이 앨범에는 기존의 포크에서 확장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어떤 팬은 포크를 배신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요, 

세련된 포크로 가는 실험이라는 생각이라는 평도 받았습니다. 

권나무씨는 포크 음악을 '오래된 미래'로 정의한다고 밝혔는데요, 

그 생각에 정확한 앨범이 아닌가 합니다. 


이 노래는 길이가 꽤 깁니다. 7분 30초가 넘는데요, 

그 시간 동안 여러 감정을 건드리며 지루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노래 주욱 이어서 듣기 

 - 유튜브에는 플레이리스트로도 있고, 노래를 붙여 하나로 이어 만든 영상(이라하기에는 사진 한장으로만 

   만든..)이 있습니다. 듣기 편한 걸로 들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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