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묻는 소설 스토너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 동네를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주인공이 대학을 통해 세상과 만나 비로소 자신을 알고 삶을 개척해 나간 한 인물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루시 바턴 시리즈 소설 속 주인공 ‘루시바턴’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자라온 환경이나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결핍으로 형성된 성격과 문학을 사랑하는 면모까지 닮았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1965년 출간되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2000년 대에 재발견되어 소설가들이 사랑하는 소설로 이름을 알렸다. 소설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남들에게 주목받거나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학자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생을 마감했고 그리고는 곧 잊혔다. 대학이라는 작은 세계가 전쟁과 대공황을 겪으며 어떻게 변화의 시류를 타는지 ‘오래된 기둥’과도 같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심리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보여준다.
p26. 때로는 안뜰 한복판에 서서 밤이 내려앉은 서늘한 잔디밭에서 불쑥 솟아오른 제시 홀 앞의 거대한 다섯 기둥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이 기둥들이 원래 대학의 주요 건물이었던 곳의 잔해임을 알고 있었다. 그 건물은 오래전 화재로 무너졌다. 달빛 속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회색을 띤 은빛으로 빛나는 그 순수한 기둥들은 신전이 신을 상징하듯, 스토너 자신이 받아들인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 살에 농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미주리대학교에 입학했다. 우연히 교양 과목으로 접한 영문학수업에서 슬론교수님을 만나 문학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전공을 바꿔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후 한 학교에서 평생 교육자의 삶을 살았다.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그를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는 교육자로 이끌었지만 인간관계에는 너무나 서툴러 가족관계나 직장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생애에 마주하게 되는 역경과 굴곡은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당대의 사회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실감을 자아낸다. 어려움을 마주하는 그의 태도는 극복이라기보다는 수용과 인내였기에 독자는 답답한 감정을 느끼다 결국 평범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포기하지 않았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놓지 않았다. 그 열정을 인생 전반에 골고루 쓰지 못한 탓일까 사랑을 이루지 못했고, 직장에서도 더 이상 승진하지 못했다. 스토너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인생을 관조하며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묻는다.
타인의 삶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결국 나답게 살아야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도 후회를 덜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동안 책을 덮고 책표지의 창문을 바라보다가 스토너의 인생을 반추했다. 그리고 또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p.33 캠퍼스가 그의 시선을 밖으로, 위로 이끌어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바라보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p.59 어렸을 때 집에서 느꼈어야 마땅한 안정감과 온기를 컬럼비아의 미주리 대학에서 느꼈으며, 다른 곳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슬론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p.394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