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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Rebecca Sep 08. 2024

프롤로그

여자 둘이 함께 가본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

나는 내 집의 편안한 거실에 앉아, 더운 여름날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문득 서른의 내가 꿈꾸던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본다. 십 대 시절의 나는 꿈이 없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엄마의 반대로 미대에 갈 수 없었다.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했고, 그것이 맞다고 여겨졌다. 나에게는 벗어날 용기도 없었다. 엄마의 눈에 나는 늘 어린아이처럼 보였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첫 직장도 엄마가 소개한 곳으로 시작했다. 원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나의 삶은 그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그렇게 해야 평화로웠으니까. 엄마가 반대하는 것에 도전하면, 마치 지옥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은 너무 무서웠다. 결국 나는 시키는 대로 살았다. 


28살, 나는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했다. 독립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결혼만이 이 집을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연애는 관심도 없던 나는, 지인의 소개로 결혼을 했다. 그저 평범하게, 엄마가 말한 대로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순리대로 살려고 했다. 서른이 되던 해, 나의 딸'빅키'가 태어났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빅키가 세 살이 되던 해, 우리는 서울로 이사를 했다. 시댁에서 멀어졌지만, 삶은 여전히 복잡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동네 작은 커피숍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꿈을 이룬 듯했지만. 언니와의 동업은 나에게 또 다른 제약을 주었다. 결국, 결국 커피숍은 내 마음대로 운영할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많은 고민 끝에 폐업을 결정했다. 그때부터 나는 딸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으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모든 조건을 따져보았을 때, 나도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나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딸과 함께라는 것이 행복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10년 전, 나는 꿈을 찾았고, 지금 나는 교육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내 아이와 함께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집도 생겼다. 새벽마다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작년에 집을 사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딸과 함께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12월, 뉴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우리의 용감한 여행 이야기를 이 글에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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