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않더라도 계속해 보겠습니다.

by 이성혁

여섯 번째 솔직한 마음


다섯 번째 편지를 보내고 계속 보내겠다고 말했지만 마음 속에 조그만 고민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너무 불안만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불안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전염이 될까 봐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불안이 읽고 싶지 않은 글이 될까 봐 무서웠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혼자 노량진에서 살 때 선풍기를 켜놓고 나왔을까 봐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확인하고 나와서 내가 정말 제대로 확인했나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두 번을 돌아간 날도 많았고 확인하고 나와서 문을 제대로 잠갔나? 라는 생각에 한번 더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타고난 불안일까요. 저도 제가 왜 이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불안한 날들입니다. 이런 제가 가끔은 너무 밉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달리기하면 마음이 많이 나아집니다. 글쓰기를 해도 많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모든 불안이 깨끗하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끔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제가 조금 아주 힘들고 불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응원을 받고 싶어요. 읽어주는 것으로 저에게 커다란 토닥임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금요일은 원서 접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오후에 공지 예정이었는데 오전에 공지가 떴습니다. 원서 접수 시작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공지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원서 접수를 해봤지만, 이런 공지는 처음이었습니다. 공지를 자세히 읽으니, 채용 인원이 미확정이라 연기한다고 했습니다. 올 초 채용인원을 확정하고 공지했는데 말입니다. 새로 올라온 공지에서 인원이 미확정이며 인원이 이전 공지와 같거나 많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채용 인원이 기존 공지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고 하니 괜히 마음속이 설레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저는 설렐 때마다 추락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미뤄진 원서 접수가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이 편지는 인원을 확인하기 전에 쓰는 편지입니다. 오늘 발표되는 채용 인원은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나오든 저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는 지하 2층에 가야 합니다. 얼마 전 새벽까지 공부하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전날 분리수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하 2층으로 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데 바로 앞에 상자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새벽 배송을 위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하는 사람을 보며 저도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얇은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꺼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꾸려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30분 정도 해수욕을 했습니다. 해가 너무 뜨겁지 않아서 덥지 않았습니다. 바닷물을 아주 차가웠습니다.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서 오 분이 지나니 차갑지 않아졌습니다. 사람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가 생각했습니다. 목욕탕 온탕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차갑거나 뜨거운 것이 들어가면 처음은 춥고 뜨거워서 벗어나고 싶지만 조금만 견디면 적응하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에서 차갑거나 뜨거운 것을 만날 때 사람은 적응할 수 있다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해수욕을 마치고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추억을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탁소 문을 닫고 바다로 떠났습니다. 짧은 휴가 기간 모래사장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2박 3일을 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해수욕장에서 야영이 불가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여름 바다에 가면 모래사장에 텐트들이 빼곡했습니다. 저는 그 시절 추억이 좋습니다. 더우면 바다에 빠지고 추우면 모래사장에 누워 모래를 이불 삼아 덮었습니다.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주 아주 오랜만에 은행에 가서 은행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이상하게 은행에서는 기분이 편해집니다. 직원들의 전문적인 모습을 보면 내가 저 일을 했다면 나는 정말 일을 못 하는 사람이었겠구나 싶습니다.


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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