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을 자아내는 고객 경험, 애플 스토어 명동점 방문기
애플 스토어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게 다 애플 직원 때문이야
지난 4월 명동 한복판에 국내에서 세 번째 애플 스토어가 오픈했다.
명동점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방문 예약을 했고, 드디어 4월 9일, 늦지 않게 건물 앞에 줄을 섰다.(당시 거리두기로 인해 시간 단위로 예약 후에 방문이 가능했다.)
도착해서 통유리 건물 가운데 커다랗게 박힌 애플 심벌을 보는 것으로도 이미 나는 내적 페스티벌 상태...ㅎㅎㅎ
(아잇,,, 이건 찍어야 돼,,,)
애플 스토어 건물 전체를 카메라격자에 담아보려고 8차선 도로를 건너갔다. 멀찍이 떨어져 보니 건물 전체가 마치 애플의 것인 양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미리 고백하지만 나는 이미 애플의 노예다.
(나를 노예로 만드는 것은 아주 쉬웠지...)
애플 제품의 포장을 벗기는 행위만으로도 나는 금세 애플과 사랑에 빠졌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애플제품은 모두 다섯 가지인데,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어팟, 맥북에어이다.
애플은 매번 기대를 하고 주문을 하지만, 제품을 받았을 때, 늘 기대치를 넘어서는 포인트가 있다.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외친 것처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one more thing'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애플 스토어 명동점을 다녀오고선, 지금까지의 어떤 제품 경험보다 강렬한 직원들의 태도에 감명을 받았다. '애플의 영혼'은 애플의 직원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직접 경험한 고객 경험 9가지
1. 환영에 진심인 직원들(다들 EEEE인 거야..?)
줄을 서자마자 직원들은 아는 사람 마냥 나를 반겨줬다. 능숙하게 아이패드로 예약을 확인했고 나는 유투버들, 틱토커들 사이에서 줄지어 매장으로 들어갔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200명쯤 되는 직원이 격한 박수와 환호와 하이파이브로 환영해 주었다.
EEEE들 사이에서 나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싫진 않았다.
(직장에서 이렇게 신난다고? 직장이 이렇게 진심이라고?)
들어가서 10초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면 안다.
3초 안에 눈을 맞추고, 5초 안에 인사를 하고, 10초 안에 말을 걸어온다.
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제품이 아니라.
2. 남녀노소 개성 있는 직원들
어떤 매장에 가면 다양성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획일화된 분위기와 말투, 각 잡힌 매뉴얼 사이에서 그들의 개성을 꼭꼭 숨긴 채, 또 다른 페르소나를 꺼내어 살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애플은 아니었다. 오픈 날에는 명동 매장에는 200여 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고객이 찾기 쉽도록 맞춰 입은 파란색 유니폼 외에는 정말 각자 본인의 자유로움이 물씬 풍겨 나왔다. 외국인 직원도 여러 명 보였고, 중년의 직원도 있었다. 패션이나 스타일도 다양했고, 모두가 자유분방한 말투로 제품을 설명하고, 돌아다니면서 말을 걸어왔다. 이 자체만으로도 나는 자유와 개방감을 느꼈던 것 같다.
3. 내가 얼마짜리를 살지 보다, 나라는 '사람'이 궁금한 직원들
(상황 1)
워치 스트랩을 보고 있었다.
(역시 3초 만에) 50대로 보이는 직원분이 인사를 걸어왔다.
그리고 내 와치를 보더니 먼저 바로 원하는 스트랩을 보여준다.
'사이즈를 재봐 드릴까요?'
내 손목사이즈를 재고 그것보다 한 사이즈 작은 것, 큰 것까지 골라서 가져오셨다.
그리고 또 물어본다.
'평소에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으세요?
좀 무난하게 입으시는 편이면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괜찮으실 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패드로 내게 어울리는 컬러를 골라줬다
기분이 좋았다. 성의 있어 보였다.
나에 대한 판단보다는 나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어 보였다.
4. 나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 직원들
(상황 2)
에어팟 맥스를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맥스와 연결된 아이패드 두 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두 다른 고객이 사용 중이었다. 그때 나타난 직원은 또 다른 맥스를 서랍에서 꺼내주면서 내 폰에 연결을 시켜줬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은, 먼저 음악을 듣고 있었던 고객 2명에게도 아주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상황 3)
에어팟 프로를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직접 본인의 아이폰에 에어팟프로를 페어링 시켜버렸다.
어떤 기기에든 빠른 페어링이 되는 에어팟의 특성을 경험시켜 주면서, 고객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상황 4)
애플워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고객이 테이블을 꽉 채웠다.
"지금 먼저 온 고객을 안내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다시 응대하고 있던 고객에게 집중한다.
기다려달라는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의 기다림 타이머는 리셋이 되었다.
알고 보면 고객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 그거면 충분하다.
5. 나를 존중해 주는 직원들
(상황 5)
새로 나온 아이맥으로 파친코를 보고 있었다.
'보고 계시군요!' 하고 아무도 말을 안 건다.
(개인적으로 이런 태도가 너무 좋았다!)
나 같은 내향형 인간은, 직원이 제품 추천을 하려 드는 순간, 제품에 대한 정이 뚝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애플 직원들은 고객과 제품 사이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옆에서 보고 있다가(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가) 고객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 그때 담백하게 물어본다.
"보여드릴까요?"
"00 찾고 계세요? 한번 착용해 보시겠어요?"
"한번 해보셨어요? 들리세요?"
"페어링 해드릴까요?"
내 의사를 물어본다. 주장하지 않고 존중해 준다. 선택권을 나에게 준다.
철저하게 사용법만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해보게 한다.
6. 제품을 추천하지 않고 경험을 추천하는 직원들
(상황 6)
마그넷 아이폰 무선충전기를 보고 있었다.
"집에 와서 밤에 자기 전에 암막 커튼을 치고 불 끄잖아요, 근데 깜깜한 데서 충전기 케이블 찾아서 폰에 꽂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그럴 때 이게 폰에 챡-! 붙거든요. 더듬거릴 필요가 없어요. 저도 쓰고 있는데 진짜 편하더라고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 이야기해 준다. 찐 경험이라 공감된다.
기계로서가 아니라, 실제 한 명 한 명의 고객 삶 속에서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많이 고민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7. 일 자체를 즐기는 긍정적인 직원들
애플 직원들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타사 제품은 이게 안 되잖아요. 불편하잖아요." 이런 말 대신,
"이럴 때 정말 좋아요. 이런 게 진짜 편해요."
문제 상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그럴 때마다 제품을 정말 사랑하고, 이 일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진다.
8. 갑도 을도 아닌 고객과 동등한 위치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직원들
"이런 스타일이실 거 같아요."
"몸매가 예쁘셔서 핏이 좋으시네요" 같은 말은 못 들은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장은 기분이 좋겠지만, 지나고 보면 신뢰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애플 직원들은 그 대신에,
"저는 이렇게 쓰고 있어요."
"저도 그 부분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부분은 다른 대안이 있으니까. (네가 스스로) 잘 생각해 보고 선택하세요"
"저는 이것보다는 이걸 추천해요"
충분히 친절하지만, 입에 발린 말이나 상대를 평가하는 말, 무조건적인 추천은 없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9. 꿈을 응원해 주는 직원들
"여러분~~~~ 여러 부운~~~~!!
오늘 00에서 오신 김 00님이 영상편집을 배우려고 맥북 프로를 구매하셨어요. 다 같이 축하해 주세요~"
애플 매장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이어지는 박수갈채.
고객의 구매과 꿈을 응원해 주는 '셀러브레이션'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이런 활동의 효과는
첫째, 구매를 하는 행위가 굉장히 즐겁고, 모두에게 축하받을 만한 뿌듯하고 행복한 일임을 무의식적으로 인식시켜 준다.
둘째, 강렬한 오감으로 느낀 이벤트는 고객의 머릿속에 깊이 남아서 바이럴 된다.
그 순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을 자신의 인스타 스토리로 공유했다.
감탄의 순간을 만드는 직원 = 애플의 영혼
애플을 통해 더 확실해진 한 가지는, 브랜드에는 '만족한' 고객이 아니라 '감탄하는' 고객만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감탄을 자아내는 고객 경험은 브랜드를 사랑하고 충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감탄한 고객은 스스로 홍보대사가 된다.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을 한다'는 애플의 비전에 공감하고 전파하고,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애플에서의 경험을 전파했고, 또 지금 이렇게 긴 글까지 쓰고 있으니까.
이런 감탄의 순간을 전 세계 모든 애플스토어에서 공통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어려운 걸 애플은 해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 번째 애플스토어인 명동점이 오픈한 지 채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9월, 잠실에 네 번째 애플스토어가 오픈했다. 속도가 엄청나다. 그만큼 우리는 '애플의 영혼'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