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도, 쉴 때도, 가고 싶은 프라이빗 도서관 소전서림
소전서림은 올해 초 알게 된(친해지고 싶은) 디자이너분이 추천해 준 공간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조금 비싼 도서관'이라고 했다.
주말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일이 아주 잘 된다고 덧붙였다. 프리랜서에게는 꿈의 공간.
한창 바빴던 시기라, 몇 주를 미루다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평일 늦은 오후에 다녀왔다.
반포한강공원이 5분 거리인 한적하고 땅값 비싼 동네. 한강뷰 아파트 반포자이 바로 앞에 소전서림이 있었다.
흰색 벽이 주는 압도감
흴 소, 벽돌 전, 책 서, 수풀 림. 소전서림은 '흰 벽돌에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뜻인데,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고 나니 어쩜 이렇게 이름을 고상하고 지적으로 지었을까 생각했다. 발음하기에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고 특색 있는 이름. 그리고 공간이 지향하는 바와도 잘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책의 숲으로 들어오는 순간, 시간과 공간이 차단된 느낌을 준다.
이 압도감은 건물 전체를 차지하는 하얀색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차단기를 몸으로 밀어서 좁은 원형계단을 타고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경험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MSG를 좀 더하자면, 마치 시간 여행자처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느낌.
휴먼스케일이 주는 안도감, 집중력
건물 전체는 하나로 트여있으나, 책장으로, 계단으로, 가벽으로 분리되어 설계되어 있다.
도서'관' 이면서도 프라이빗한 사색의 공간,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
층고는 높게 뚫려 있는데,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개인 서재가 있다. 책장들 사이로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결국은 한 개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향형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상태랄까..
혼자 있고 싶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한 공간에서 하는 그런 상태이다.
나무들에 가려서 어떤 동물들이 살아가는지는 속속들이 잘 안 보이지만, 공기와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되는 숲 속처럼, 내 집 안방 같으면서도, 옆 사람과 책과, 소음과, 온도를 공유한다. 이런 공간의 연결성이 집중을 더 높여주는 것 같다.
또 좋았던 것은 화장실이다. 평당 인테리어비를 꽤 많이 썼을 것 같은 화장실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여 아주 넓고 고요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었다. 바이레도의 핸드워시의 잔향이 손에 은은하게 남아서, 책을 보는 내내 기분을 좋게 했다.
사유를 통한 성장, 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건물 내에 분리된(그러나 역시 온도와 소음을 공유하는) 공간에는 작가들의 입주 작업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책의 숲 속에서 사색과 영감을 바탕으로 창조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당신이 자라나는 숲의 느낌을 잘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들 사이사이마다 미니 전시가 기획되어 있다. 1층에서는 돈키호테 기획전을 하고 있었는데, 300년이 넘은 고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주었다. 매주 요일을 전해 강연과 북토크, 피아노 연주도 열린다. 이런 소전서림의 독창적인 콘텐츠들은 작가들의 사유와 창작을 북돋아준다.
건물 안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바가 있고, 텀블러를 가져가면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주차도 무료이다. 책을 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책과 사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전서림의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책과 잡지를 가득 뽑아 들고, 개인 서재에 누워서 자다 깨며 빈둥거리는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신기한 시간과 공간. '사유의 시간'을 산 비용이 아깝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