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몰 웨딩’이 되어버린 이유

(feat. 프랑스에서 어쩌다 결혼식)

by 리라이프

우리 부부는 국제 부부다.
프랑스인 남편, 그리고 한국인 아내.


남편이 프로포즈를 했고 우리는 대략적인 날짜를 이야기하다가
우선 일본에 가기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나는 일본 IT 회사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말 말 그대로 숨 돌릴 틈이 없었다.

포트폴리오, 시험, 인터뷰 준비까지 겹쳐
‘결혼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여유조차 없던 시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은 혼인신고만 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리마인드 웨딩처럼 제대로 하자.”

아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혼인신고’를 하는 줄 알았다.

한국에서 말하는 혼인신고란, 구청에 가서 서류 내고, 도장 찍고, 끝.
적어도 내 머릿속 혼인신고는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메신저로 부지런히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다.


“옷은 이게 좋을까?”
“머리는 어떻게 할까?”
“머리 장식은?”
“꽃은 어떤 색으로 할래?”
“부케는 원형? 아니면 이런 스타일?”


…응?


사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눈치 못 챌 정도로 나는 정말 바빴다.

그 질문들이 왜 나오는지
깊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아, 프랑스에서는 혼인신고할 때 옷을 좀 갖춰 입고 가나 보다”
그 정도로만 이해했다.

오히려 대신 신경 써주시는 게 고마웠다.


이후 일본 IT 회사 취업이 확정됐고, 입사 전까지 시간이 조금 생겨
나는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리고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기로 한 그날,
아침부터 집이 이상하게 분주했다.


헤어디자이너가 와서 내 머리를 해주고,
나는 SHEIN에서 2만 원쯤 주고 샀던
드레스인지 점프수트인지 모를 옷을 입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셨고,

아래로 내려갔을 때—

남편은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있었고
그 옆에는 시아버지, 남편의 베프들,
모두 수트를 쫙 빼입은 채 서 있었다.


그제야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케를 건네받았고,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시청으로 이동했다.


시청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남편의 친척들, 사촌들, 친구들까지
이미 모두 모여 있었다.


우리는 정말 ‘입장하듯’
사람들 사이를 걸어 들어갔다.

시청 시장님과 몇몇 직원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시장님이 직접 주례를 서주셨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엄숙했다.


“기쁠 때나 아플 때나
지금의 이 사람과 함께하겠습니까?”


그 질문에 우리는 “네”라고 대답했고,
결혼 증인들의 서명을 하나하나 마친 뒤
혼인신고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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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건 단순한 혼인신고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고,
결혼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남편의 고모부는 전문 카메라까지 들고 와
열정적인 포토그래퍼가 되어주셨다.


세화부동산 사업자등록증.jpg


이후에는 시부모님 댁 정원에서
다 같이 칵테일을 마시며 뒤풀이까지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건 이미 결혼식이구나.


웨딩드레스도 없었고,
메이크업도 똥손인 내가 직접 했고,
결혼식장도 없었다.


그저 2만 원짜리 점프수트 하나와
사람들, 그리고 분위기.


그런데도 나는 그 결혼식이 참 낭만적이었고,
내 인생에서 충분히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말 혼인신고만 할 줄 알고
우리 가족을 초대하지 못했다는 것.

사진을 보신 우리 가족은
“뭐야? 이거 이미 결혼식이잖아!” 하며
한동안 아쉬워하셨다. (웃음)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우리 가족들까지 모두 초대해서
리마인드 결혼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때는 이번보다 조금 더 시끄럽고,
조금 더 웃음 많은 자리가 되겠지.

어쩌다 보니
진짜 ‘스몰 웨딩’이 되어버린 이야기.
생각할수록 참 우리다운 결혼이었다.



에피소드



사실 이런 헤프닝 아닌 헤프닝이 있었고,
우리 부부는 시청에서의 혼인신고를 마친 뒤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무렵, 마침 내 동생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동생네 부부가 우리에게
축사를 부탁하면서 이런 말을 해줬다.


“언니네가 너무 갑작스럽게
결혼식 아닌 결혼식을 해버려서
사촌들이나 친척들께 공식적으로 인사를 못 드렸잖아.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알려드리자.”


고맙고도 다정한 제안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동생의 결혼식이라는 또 다른 축복의 자리에서
조금 늦은 인사를 전할 수 있었고, 우리 결혼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그 장면은 브이로그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금 웃기고, 조금 뭉클한 우리 부부의 또 다른 기록이다. �


https://youtu.be/ej3QcA-QtqY?si=M8wV0K9Wh-8v65kd

웃픈 에피소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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