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3년 8월호
여름 공기에는 매미 소리가 녹아있는 것 같다. 이날도 그런 날이었다. 엄청나게 더웠던 8월. 우리는 과학창의재단의 지원으로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괴물을 아주 간단한 전자회로를 활용해 실제로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 거대한 몸집으로 도시를 부수는 괴물 로봇과 그걸 바라보며 사악하게 웃는, 지구 정복의 야심을 가진 과학자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미친 과학자 가족 양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웠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는 계절성을 고려해 소금과 얼음,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다. 아이들은 커다란 지퍼백에 우유와 코코아 파우더를 섞어 담은 지퍼백을 넣고, 나머지 공간엔 소금과 얼음을 채웠다. 그리고 열심히 흔들어댔다. 손이 시려 동동거리면서도 깔깔거리며 춤을 추듯 온몸을 움직이는 아이들이 신나 보였다. 시작이 좋다 여겼다.
그렇게 한차례 떠들썩한 시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괴물을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나눠준 종이 위에 다양한 괴물이 그려졌다. 다음은 찰흙과 페트병, 털실 같은 온갖 재료를 동원해 그 괴물을 입체로 만들어내는 거였다. 가족별로 자유롭게 작업을 진행했다.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잘 되어 가고 있다 여겼다.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물고기가 나무에 붙어 있던 매미 허물을 떼어온 것이다. 물고기는 거기다 빨간 LED를 넣고 전지를 연결했다. SF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주얼이 나왔다. 거기에 반한 건 물고기만이 아니었다…
#정신을차려보니부모님들만열작 #아이들은매미허물에LED를쑤셔넣고있었지 #한부모님이물었다 #대체누가시작한거예요? #물고기선생님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