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3년 12월호
이태원에 무턱대고 작업실을 계약한 지 3개월이 지나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주말 오전, 우리는 드디어 릴리쿰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었다. 오픈을 앞두고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릴리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질 앞으로의 실험과 첫 프로젝트를 알리고 리워드로 공간 이용 멤버쉽과 소소한 핸드메이드 물건들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는 목표 금액이었던 300만 원을 150%가량 넘어서는 후원을 받았다. 릴리쿰의 등장을 뜨겁게 환영해 준 후원자들에게 오프닝 초대의 메일을 보내며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무척 궁금해졌다.
오프닝에서 해 볼 만한 이벤트를 고민하다가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지역마다 열리곤 하는 핸드메이드 물건과 음식들을 파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하며 작업자들을 초대해 작은 마켓을 열어보면 어떨까. 우리는 온라인으로 마켓 셀러 모집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금세 우리의 첫 시작을 함께 채워줄 셀러들이 모집되었다.
대망의 그 날, 오전부터 매대를 편 6~7팀의 작업자들과 ‘오픈’ 입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올라와 본 행인들, 오픈 소식을 듣고 방문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 제법 추웠던 날씨에도 릴리쿰은 온기로 채워져 갔다. 커피와 파이, 개업 떡(?)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기도 했다. 저녁에는 준비한 보드카 칵테일과 방문자들이 가져온 맥주를 마시면서 아마추어 밴드 친구들의 공연도 함께 즐겼다. 공간은 하루 종일 북적거렸고 파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신이 나서 디스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까지 했다.
우리가 꿈에 그리던 공간의 시작이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것.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들만 잔뜩 꿈꾸면서 소위 ‘핫’ 하다는 이태원 한복판에 공간을 턱 질러버리곤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했고, 공간을 열기 위해서 처음 겪어보는 일들 투성이라 모든 것에 서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 날 우리는 적어도 새로운 실험에 용기를 낸 스스로를 대견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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