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4년 3월호
릴리쿰을 시작할 때 우리는 공간의 분위기와 지역적인 장점에 기대어 전시공간의 기능도 기대했었다. 그리고 4월, 첫 기회가 찾아왔다. 물고기가 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노마드 아티스트 Isa가 한국을 방문하면서였다. 그녀는 여행 경비도 벌 겸, 그동안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고 릴리쿰에서는 커다란 OK 사인을 보냈다. 관람객을 끌기에는 좀 더 풍성한 전시가 좋을 것 같아 주변에 그림이나 사진 작업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수였다. 첫 준비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각자 전시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하나로 묶을만한 주제도 없다는 걸 알았다. 결국, 이후 논의를 통해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반으로 줄였고, 느리고 서투르게 준비를 해 나갔다.
그 준비란 건 대체로 손작업이었다. 버려진 액자와 가구를 주워와서 실크스크린으로 간판을 만든다거나, 액자 프레임을 하나하나 레이저 커터로 잘라 붙이는 작업. 그 과정에 남는 재료를 활용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기념품으로 팔 작은 전등도 만들었다. 준비 과정은 즐거웠고, 스스로도 ‘메이커스럽다' 싶어 뿌듯했다. 홍보 부족으로 평일 관람객은 거의 없었지만, 첫 전시라는 의미와 앞으로도 생산자들의 생산물 전시, 판매를 통해 생산자와 생산물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렇게아티스트가된다 #그런데전시는이렇게망한다 #이렇게시작하는거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