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4년 9월호
연남동의 한 카페 구석에 비디오 부스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언을 녹화하면 자동으로 서버에 업로드되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뢰인들이 자신의 방송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시각과 제품, 서비스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이 모여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 싶었다. 부족한 코딩 능력은 ‘개발자 커피'의 태호님과 협업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우리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고 싶어 TV처럼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 외에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직접 제작했다. 레이저 커팅으로 타공한 자작 합판을 부스 외벽으로 세우고 반투명 아크릴로 마감한 내벽 안쪽에는 LED 바 조명을 가득 채웠다. 오락실에서 쓰는 커다란 버튼을 써가며 직접 만든 키보드는 우리의 야심작이었다. 프로젝트는 꽤 만족스러웠다. 디자이너와 메이커가 함께 일했을 때 나올 법한 결과물이었던 것 같다. 진행 과정이 즐겁기도 했고, 과정 중에 우리가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공부도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릴리쿰에서 처음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아 제작물을 납품한 프로젝트였는데, 프로젝트 완료 후 몇 개월 분량의 릴리쿰 월세가 쌓이는 걸 보고 이런 게 우리의 활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가 생각했더랬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자주 하자고 함께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회가 알아서 찾아와 주진 않았다. 영업에는 흥미가 1도 없고 재주도 없는 세명이 모여서 해볼 만한 일이 들어오기만 기다리는 것은 누워서 감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속담의 한 장면과 다를 게 무어겠는가. 영업을 못하는 자영업자라는 아이러니를 극복할 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했지만, 결국 그 일을 즐겁게 할 만한 ‘사람’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
#성공적인분업 #환상적인결과물 #근데영업은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