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축제는 놀고 먹는 거란다

월간 실패 2014년 10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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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페어에 두 번째로 참여하게 된 우리는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릴리쿰' 이름으로 커머셜 부스를 신청했다. 메이커 페어는 행사가 열리기 몇 개월 앞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당시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때 즈음에는 팔릴 만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자신감만 있었는데, 그 자신감에 기대어 10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상업형 부스를 하겠다고 신청을 한 것이다. 그리고 행사가 코 앞으로 다가오자, 뭘 가지고 나가 팔지 고민이 찾아왔다. 마침 얼마 전 우리는 한 회사에서 실크스크린으로 직접 기념품을 만드는 작업을 도와준 터라 무지 티셔츠와 면 에코백 같은 재료가 남아 있었다. 목공 작업의 안전 규칙 중에 원형 톱 같은 강력한 전동 공구를 사용할 때는 소매가 나풀거리는 옷이나 스카프를 피하고, 긴 머리를 묶어 기계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라는 부분이 있다. 이 메시지를 축약해서 ‘안전제일 청순금지'라는 문구를 도안으로 만들어 에코백에 실크 스크린 프린팅을 했다. 사람들도 공감하고 재밌어할 것 같았다. 잔뜩 만들어 두었던 땡땡이 레고 스위치도 팔아볼까? 간단한 도자 워크숍도 해보자. 아이디어는 점점 늘어갔다. 물고기가 영희 씨와 함께 만든 ‘전자요리’ 키트도 판매하기로 했고, 개발자 커피의 태호 님도 드립 커피를 팔기로 했다. 분주하게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메이커 페어 주최 측의 요청으로 나가게 된 세션 발표에서는 도요가 '낭만주의적 만들기’란 제목으로 우리 방식의 메이커 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실 릴리쿰 부스 외에 우리가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한 부스가 하나 더 있었다. ‘전자공학도들’이라는 이름으로 생산자로서의 삶을 지향하며 릴리쿰에서 전자공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호기롭게 두 개의 부스 운영을 계획했던 우리는 결국 하나의 부스를 채우기에도 바빠서 우리 몫을 다른 멤버들에게 미루게 되었다. 그 미안함도 잠시 미룰 정도로 정신없이 이틀을 보내고 생각해보니 아쉬운 이유는 그거였다. 본전에 대한 생각 때문에 벌인 일들에 치여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것. 본래 축제라는 것은 놀고먹는 것이어야 할진대!


#세번째메이커페어 #안팔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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