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4년 11월호
우리는 릴리쿰이 단순히 뚝딱뚝딱 만들기만 하는 작업실이 아니라, 만들기를 도구 삼아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랬다. 만들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작지만 소중한 이 공간, 도구들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하여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한 후에 릴리쿰의 장비와 도구들을 나누어 쓰는 ‘릴리쿰 멤버쉽’을 만들었다. 릴리쿰을 작업실처럼 쓸 수 있는 권한이자 약속이었다. 처음에는 요일을 지정하여 주 2회만 오픈하고 멤버들이 올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맞이할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떤 날들은 하루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릴리쿰 운영진들은 상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어깨에 힘이 빠졌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지정된 시간에 개인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릴리쿰 자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머지 시간들을 확보해둔 것이었지만, 조금 더 열어보기로 했다. 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매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완전 개방형으로 바꾸고 나서는 우리 스스로도 공간을 지켜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만 이제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자처하는 공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아담한 공방인 릴리쿰에서는 기존의 멤버쉽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의 공유가 더 유효하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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