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전자급식

월간 실패 2015년 3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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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회로, LED, 빛 센서, 틸트 스위치, 저항. 이런 단어들에 쉽게 가지는 선입견과는 달리 전자 부품 하나하나의 원리는 단순하다. 몇 가지 기본 원리만 이해하면 하나의 부품을 활용해 다양한 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 전자 요리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레고나 어린 시절의 과학상자처럼 쉽게 가지고 놀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틀, 형태에 해당하는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안에 들어가는 내장, 혹은 두뇌의 DIY도 함께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2014년 메이커 페어에서 전자요리 키트를 판매한 것을 계기로 소규모로 즐겁게 진행하던 이 프로젝트는 과천과학관의 수업에 일 년간 키트를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릴리쿰의 유일한 대량생산 프로젝트가 되었다. 공장처럼 공정화된 작업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삼사백 개 정도의 키트를 포장한다. 문제는 이렇게 키트를 납품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 되면서, 처음의 ‘요리를 하듯, 자유롭고 즐겁게 전자 부품을 가지고 놀아본다'는 방향이 어긋나버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와 정해진 방법대로 한 번 만들어보고는 끝인 이 키트는 전자요리라기보단 전자급식 같았다. 그 실패를 깨달은 우리는 다시 처음의 계획으로 돌아가 자유로운 시도와 활용을 도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우리 자신이 잊어버렸던 즐거움을 되찾는 것이 먼저다.


#전자요리 #가내수공업 #적자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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