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간 실패 2015년 12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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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며 '실패'의 면들을 돌아보고 공유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진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작 활동이 갖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작품(혹은 물건)이라는 꽃을 피우는 행위이듯, 우리의 자립을 위한, '만들기'를 통해 다른 방식의 삶을 살기 위한 실험들도 화려한 실패의 역사 속에서 조금씩 그 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4년 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을 고집했고, 놀고, 미친듯이 일하며, 즐겁게 실패할 수 있었다.

릴리쿰은 이제 제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태원에서 2년을 마무리하고 연남동으로 공간을 옮겼다. 게다가 모두 4대 보험을 포기한 채, 자발적 백수들이 되어 광야에 나왔다. 부동산 제국의 중심지 서울에서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릴리쿰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자가 생산, 제작 활동이 가지는 힘 때문이다. 우리는 만들기를 삶의 방법으로 삼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찾아낸 타자들과의 공동체로 연결되고 어쩌면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어느새 이 관계들을 믿게 된다. 계속해서 더 잘 실패하기 위해, 우선은 메이커 문화 붐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보자. 공허하지 않은 실패의 역사 속에서 어떤 꽃이 피어날 지 궁금하다.


#우리의자전궤도는작지만공전궤도는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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