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이태원 시대는 끝나고

월간 실패 2015년 9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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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우, 그 활동의 단위는 2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세든 월세든, 일반적으로 계약의 단위가 2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활동을 이어왔는지와는 관계없이, 계약서에 ‘끝’으로 명기된 날짜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도 불가피하게 그런 시점이 왔다.

높은 월세와 참견이 심한 건물주, 그리고 현저히 떨어지는 활용도를 생각하면 이태원을 떠나는 건 매우 당연한 순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았다. 레고로 만든 전등 스위치, 햇살이 좋은 날 켜두면 빙글빙글 돌아가며 방 가득 예쁜 빛 그림자를 흩뿌렸던 미러볼, 특별히 구해다 단 예쁜 주황색의 화장실 손잡이와 유성 페인트를 바른 탓에 문을 여닫을 때마다 쩌억하고 문틀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내던 빨간 문. 높이가 너무 낮아 설거지를 하고 나면 허리가 아팠던 싱크대 하나까지 우리 손이 안 간 데가 없었고,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느슨하게, 드물게는 치열하게 엮었던 추억이 구석구석 가득했다.

우리는 그 기억들에 멋진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그간 그 공간을 채워주었던 동지며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손님을 맞고, 기억을 나누고, 혐오 칵테일바를 앙코르 운영했다. 필요 없지만 버리지 못했던 것들로 채운 유보의 상자를 경매로 비우고 공간에 묻어 있는 작은 기억들을 재생시키는 숨은 전시도 열었다. 떠들썩한 밤. 우리의 2년이 그 밤에 압축되었다. 괜찮은 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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