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월간 실패

멀고도 먼 판매왕

월간실패 2016년 2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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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쿡북이 나온 후에야 원래 계획했던 쿡북과 키트의 패키지 상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름하여 전자요리 쿡북 키트 초회 한정판. 그것도 딱 15개씩, 총 30개를 팔기로 했다. 쿡북 키트는 매뉴얼대로 조립하면 완성되는 키트가 아니라 (전자요리의 컨셉을 살려) 원하는 방향으로 재료를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유용한 재료를 잘 골라 넣어주고 여러 가지 레시피를 참고로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쿡북의 난이도 조절과 쉬운 편집에 공을 들인 것 못지않게 패키지 디자인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처음 만들어 보는 새로운 형태의 박스를 고안했는데, 머리만 대강(?) 굴려 그려본 전개도와 손으로 직접 제작해보고 수정을 거쳐 나온 비교적 완성된 전개도를 비교해보니 그 결과가 너무 달랐다. 뇌 버전의 전개도는 만들어보니 한쪽 뚜껑 방향이 아예 반대였다. 평범한 뇌와 평범한 손의 차이를 느끼는 과정이었다.

쓸 수 있는 자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디자인한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인쇄는 맡기고 커팅은 레이저 커팅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한 땀 한 땀,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된 패키지는 ‘예뻤다’. 한편으론 너무 예쁘게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량이 적다 보니 패키지에 들인 재료비 비중이 너무 컸고 제품을 팔아도 그다지 남는 수익이 없었다. 준비한 수량을 채 다 팔기 전에 우리는 키트 판매를 중단했다. 어쩌면 '초회 한정판'은 쿡북과 달리 키트 자체는 아직 ‘자신 있게’ 내놓을만한 상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붙인 이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 남는 시도였지만, 제품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느끼고 판매가 선물처럼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와 아웃풋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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