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6년 11월호
2년 전 출간 제안을 받아 계약을 하고 그 해 안에 내보자던 그 책을, 2년 후 봄이 되어서야 원고를 마감했다. 기나긴 고뇌의 시간을 거쳐 탈고를 했지만 거기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본문과 간지에 삽입할 사진들을 고르고, 새롭게 찍고, 제목을 고민하고, 디자인 회의를 거치면서 진짜 책이 되기 위한 단계들을 거친 후에야 책이 완성되었다. 그 해 여름에 발간하자 했던 책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계약서를 나눠 가진 후 거의 3년 만에야 책이 나온 셈이었다.
편집자도 저자인 우리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지만, 책이 나오려 함과 동시에 박근혜 게이트의 실체가 팡팡 터지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함께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저급한 민낯을 목격하며 괴로워하는 이런 시국에 책 홍보라니… 한동안 패러디 열풍이 불었던 표현을 빌자면, 이러려고 책 썼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의 모험]은 여러 신문 기사를 통해 소개되었고, 온라인 서점이나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뜨기도 하고, 인터뷰 요청을 받거나 북 토크를 열게 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책을 낸다는 것은 나의 발언이 이토록 공식화되는 것이구나 실감하면서 새삼 나의 부족한 통찰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 결과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긴 호흡으로 단어 하나하나 고심하며 다듬을 수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와 텍스트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다.
‘책'을 매개로 새로운 형태의 발화점이 생긴다. 이런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고심했던 책 제목 ‘손의 모험'이 얼핏 ‘손해보험'으로 들린다는 지적은 어느덧 재미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