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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quum Oct 05. 2020

Chapter 2. 모야가 모(뭐)야?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릴리쿰의 모야 프로젝트 멤버 4명이 첫 '랜선 대담회'를 열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을 통해 어린이작업실 모야, 모야의 네이밍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모야 매니페스토 등에 담긴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Chapter 1. 모야가 시작된 모양을 먼저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Chapter 2. 모야가 모야?


#어린이 작업실이란


호랑 : 어떤 얘기부터 시작하는게 좋을까 고민을 해봤는데요. 먼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어린이 작업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각자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짚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고기 : 아, 그 얘길 하니 얼마 전에 모야 모니터링 관련 회의를 하다가, 어린이 작업실은 어때야 하는가? 어떤 상태일 때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 상호는 뭐라고 대답했었지?  


상호 : 음.. 나는 '잘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답변했었어.


물고기 : 아 그랬지. 저는 작은손들이 무언가를 시도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탐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서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시도 할 때 겁을 먹지 않을 수 있는 또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성공의 기준은... 어린이들이 모야를 편안한 아지트같은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성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호랑 : 그렇군요. 저는 어린이 작업실이 어때야 한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상태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릴리쿰이 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방금 얘기한 '아지트'라는 공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릴리쿰을 '제작, 놀이, 실험의 아지트'로 정의하듯이 어린이들에게도 그런 아지트가 필요한데, 그런 공간을 실제로 만들 수 있고 그걸 우리가 직접 해볼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거죠. 성공 여부는 물고기 말대로 아지트로서 잘 쓰인다면 성공이라고 느낄 것 같은데, 그 판단의 세부 기준은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서 잘 다듬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


까나리 : 나도 그런 아지트란 개념에 대해선 동감해. 가르침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선생님이 하래서 했어요."가 아니라, "그냥 가서 뭐 했어요. 뭐 갖고 놀았어요." 정도라면 어린이들에게 잘 쓰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 것 같아. 


호랑 : 그러면 우리는 '아지트'같은 공간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좀 더 짚어볼까요?


물고기 : 그 아지트라는게 제3의 공간*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제3의 공간 : https://brunch.co.kr/@weseesaw/102

호랑 : 맞아. 어떤면에선 다르게 표현된 것일 뿐이란 생각도 들어요.


물고기 : 응. 아지트를 조금 더 어른의 언어로 표현한 게 제3의 공간이지 않을까 싶네.


호랑 : 나도 어릴 때 '아지트'를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동네 놀이터 한쪽 공간을 내 아지트라고 막 혼자 속으로 선언하기도 하고, 친구들하고 우리끼리 계획한 어떤 활동들(엄마에게 보여 주기 위한 꽁트를 만들고 같이 연기 연습을 한다던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봉사활동을 한다던가)을 하는 비밀 그룹을 만들기도 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더라도, 그 활동의 과정에 어른들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아지트가 필요했던 건 사실 물리적인 공간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이 존재함으로써 활동의 힘이 생기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야'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내가 허락한 공간이 있다!랄까. 


까나리 : <톰 소여의 모험>이나 <20세기 소년>처럼 많은 작품들에서도 아지트가 중요하게 다뤄지곤 하지. 아지트는 어린이가 하나의 주체가 되는 공간이랄까. 누구누구의 딸이나 아들, 어떤 학교의 학생이 아닌, 그 공간에서는 자기 자신이 모든 걸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공감할 것 같아요.


물고기 : 응. 아지트에서는 내가 온전히 주인이 되니까. 내 공간이고 규칙도 구성원도 내가 정하는 거니까. 친구들 서너명이 같이 있더라도 그런 요소들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어른이 개입하지 않고, 선언하고 구성하는 것. 무엇을 하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곳. 


호랑 : 지금 말하는 ‘안전하다‘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어요?


물고기 : 어른들의 평가나 판단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안전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동네에 논이 있었는데 거기에 빈 공터같은 곳에서 땅을 파가지고 친구들이랑 아지트를 만들었거든요. 사마귀를 죽여서 배에서 나오는 기생충을 구경하기도 했었는데, 평소라면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들이지만 거긴 우리 땅이고 우리 공간이니까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침범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한테는 아지트는 '숨는 공간'의 성격도 강한 것 같아요. 우리들의 왕국 같은 느낌. 


상호 : 나도 비슷한데,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아지트가 처음으로 사회화를 겪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느 공간보다 자기 주도성이 발현되는 곳이니까. 자발적으로 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규칙을 정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약속을 만들기도 하고. 나만의 공간이어도 '내 방'이랑은 다른 공간이잖아요. 또 친구들과 같이 있어도 '학교'랑은 다르게 내가 규칙을 정하는 곳이고. 


호랑 : 아지트, 제3의 공간이라는 키워드가 아닌 다른 언어로 어린이 작업실을 표현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상호 까나리 : ...


물고기 : ... 실험실? 작업실? 노는 곳? 


호랑 : 음... 만들고 표현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얘기해봐야 할까요? 릴리쿰이 어린이들을 만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을 자주 하지만, '어린이들이 이런 걸 원할거야'라고 확신해서 한다기보다는 기관이나 특정 단체에서 '이런 게 필요해요'라고 요청을 받아서 기획하게 될 때가 많잖아요. 뭐랄까, '만들기를 원한다'는 전제가 늘 당연하게 깔려있는 상태로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모야도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은 손으로 만드는 것,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너무 당연한 전제를 두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고기 : 아. 최근에 어쩌면 ‘모든’ 아이들이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전제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보다 목표를 주면 그걸 이뤄내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고, 만들기보다 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좋은 친구들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공감도 되었고. 모야의 방향이나 세팅을 고민할 때, 어린이들이 만들기를 잘할 수 있는 공간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스스로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한다거나, 놀이나 인정 욕구를 더 채워줄 수 있어야 할까? 이렇게 다양한 어린이들의 성향을 더 고려한다면,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지원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어요.


호랑 : 일단 지금까지의 모야는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두고 세팅을 한 거라고 봐야겠네요.


물고기
 : 네, 근데 수수께끼 서랍 같은 장치는 어른이 직접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아도 어린이들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상호 : 그리고 재료를 탐구하는 과정에도 초점을 두고 있어요. 재료의 선정 기준이라던가 재료를 고르는 방법이라던가도 그 고민을 반영한 결과고. 


물고기 : 특히 이번에 도구와 재료 리스트를 재정리하면서 추가했던 게, 처음에 상호가 제안했는데 넣지 않았던 ‘랜턴‘, ‘돋보기’같은 것들이었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를 만들지 않더라도 관찰하고 탐구하는 도구를 주는 것도 중요하겠구나'하고 나도 뒤늦게 공감이 됐거든. 온도계, 나침반, 확대경 같은 측정과 관찰 도구들도 공간을 구성하면서 점점 더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호랑 : 그렇네요. 재료 탐구에 대해서는 초반에 공간의 방향을 정할 때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도서관 속의 작업실이기 때문에 ‘책’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도 함께 얘기했었고..탐구와 작업을 어떻게 연결 할 지에 대해서.


물고기 : 돌이켜보니 몰입, 정보, 공유, 같이 노는 것. '만들기' 외에도 공간의 기능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호랑 : 그렇네. 탐구, 창작, 몰입. '어린이 작업실 모야'를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첫번째는 탐구하고 창작할 수 있는 공간. 두번째는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이게 우리가 공간 디자인을 하면서 ‘전환‘의 순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였죠. 평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어린이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 그리고 세번째가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

실제 공간의 설계와 운영 계획에 대한 부분은 뒤 챕터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게 될테니, 이만 네이밍 스토리로 넘어가볼까요? 



#브랜드 네이밍, 아이덴티티 디자인


호랑 : 초반 브레인 스토밍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죠. 평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던 네이밍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다른 이름 후보있나요? 전 맨 처음에 ‘땡땡이공작소‘를 떠올렸었어요. 땡땡이공작*의 후예를 상상하며ㅎㅎㅎ

*땡땡이공작 : 릴리쿰의 전신으로, 2012년 활동을 시작했던 기술-놀이-DIY 실험 그룹이다. 사람들이 땡땡이공작소라고 이름을 잘못 부르면 단호하게 공작소가 아니라 공작이라고 정정하곤 했다. 

- 땡땡이 선언 -
1. 놀면서 만들고 만들면서 논다. 
2. 쓸데없는 것의 힘을 안다.


상호 : '작은손 기지'도 기억나네요.

 
까나리 : '작은손'이 처음 네이밍 후보부터 있었네.


호랑 : 아 그게 <손의 모험>의 저자로서...(푸훗) '손'이라는 단어를 생각 안할 수 없다보니 나온 것도 있고, 2018년에 이문238에서 '리틀 메이커스 마켓'이라는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해서 진행했을 때 어른과 어린이의 역할을 구분하게 위해서 큰 발, 작은 발이라는 네이밍을 했었거든요. 릴리쿰이 보부상이 되고, 이문238이 마을이 되어서, 작은 발들이 모여 장을 연다는 스토리를 만들면서 어린이들이 '작은발'이 되었어요. 그 기억이 나서, '작은손'을 떠올리게 됐어요. 그렇게 작업자를 지칭하는 이름이 나오고, 거기에 '아지트'의 의미와 비슷한 '기지'를 붙여본 네이밍이었죠. 결과적으로는 '모야'를 선택했지만. 그러고보니 '모야'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난 드립이 쏟아졌었잖아요. '이건 또 모야' '니가 만든건 모야', '만들어버렸지 모야'. 이런 거요. 


물고기 : '심심해 죽겠지 모야'도 있었어. 후훗


호랑 : 그 말장난들에서 느껴지는 '궁금해'와 '될대로 되라' 하는 게 섞여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모야'라는 이름이 까나리가 낸 아이디어였는데, 어떻게 '모야'를 떠올리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알려줘요.


까나리 : 그냥, 조카가 말을 처음 시작할 무렵에,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계속 사물들을 보고 ‘이거 모야’, ‘이건 모야’ 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물고기 : 호기심 감탄사 같은 느낌이네요.


호랑 : 그렇게 브랜드 네임인 '모야'는 정했는데, 그 앞에 붙일 부제를 정하느라 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자라는 호기심 모야, 어린이공작실 모야,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고. 아 나는 '서로의 작업에 관심 갖는 이야기' 이 부제 아이디어도 좋았어.


물고기 : 난 ‘답없는 만들기, 모야‘도 맘에 들었어. 질문은 하지만 답은 없다!


호랑 : 최종적으로는 가장 직관적인 '어린이작업실 모야'로 정했죠. 대신 슬로건을 '작은손이 모험을 시작하는 곳'으로 정했어요. 


까나리 : 포기하지 않은 작은손과 모험. 


호랑 : 하하. 그렇게 네이밍이 나왔고,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진행했어요. 


물고기 : 디자인 초안은 지금과 달랐죠?


호랑 : 네. 초안은 ‘작은손‘을 강조한 심볼을 사용한 디자인이었어요. 

안전장갑을 모티브로 한 ‘작은손’과 ‘도구들’ 캐릭터 초안


물고기 : 나는 그것도 되게 맘에 들었었는데, 호랑이랑 까나리가 진짜 괜찮은 새로운 디자인이 나왔어!하고 보여줬는데 완전 다른게 나와서 놀랐었어.


호랑 : 하하. 초안을 바꾸고 싶었던 게, 일단은 심볼마크를 안정장갑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는데, 완성도가 좀 아쉬웠어요. 안전장갑 디테일을 빼면 너무 평범해지고, 손 모양 자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도 기존에도 워낙 많다보니 점점 평이해지는 느낌이어서, 다른 대안이 없을까 막판에 계속 고민을 했거든요. 뭐라도 건질 게 없을까 하면서 까나리가 그린 스케치들을 보는데 어엇? 
우리가 모야 네이밍을 하기 전에 사실 공간 디자인 컨셉을 먼저 고민했었고, 그 때 ‘포탈‘이라는 컨셉에 대해 많이 얘길 하고 있었잖아요. 까나리 스케치에서 뛰어가고 있는 발이 살짝만 보이는, 다른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그림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공간 디자인 전체에 담고 싶었던, '다른 공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전환'을 함축해서 표현하는 이미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케치 원형에 건물의 형태처럼 보이게 프레임을 입히고 모야의 ㅁ과 ㅇ을 창문처럼 배치를 해서, 공간 전체를 함의하는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대신 작은손 심볼은 수정해서 스토리텔링 캐릭터로 사용하기로 했죠.

모야의 프라이머리 로고. 심볼마크, 부제, 로고타입의 세로 조합형

물고기 : 전환과 포탈이 계속 등장을 하는데, 왜 '전환'이라는 걸 중요한 요소로 생각을 했었는지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까나리 : 어떤 차원을 뛰어넘는 공간을 통과하는 듯한 연출을 통해 마음가짐의 변화를 유도하는 걸 생각했어요. 그걸 '포탈'이라는 메타포로 설명한 거고. 히어로물에서 유니폼을 입으면 그 인물의 다른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실제로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현실적인 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이지만) 포탈이라는 공간을 통과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다른 면을 끌어내는 거죠. "변신!"을 외치는 모먼트 이후에 역할 놀이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 순간을 거치게 해주는 것으로.


상호 : 도서관이라는 장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공간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게 되잖아요. 공간의 이동 같은 것도 연결 되지 않나요?


물고기 : 그렇네요. 도서관 안에 있지만, 도서관의 원래 속성과는 다른 성격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공간에 대한 설명, 선언 같은 것들을 좀 강하게 할 수 있는 요소로서 전환 장치들이 필요했죠. 그런 의미에서 작은손 발사대도 만든 거였잖아요.



#모야 매니페스토


호랑 : 선언 얘기가 나왔으니 매니페스토 얘기를 해볼게요. 매니페스토*란 뭐죠? 릴리쿰에도 매니페스토가 있나요? 너무 제 3자 인터뷰 모드인가.(하핫) 모야의 매니페스토가 2가지인데요. '모야 선언문'과 '작은손 선언문'이 있어요. 모야의 매니페스토에는 뭘 담고 싶었나요?


* 매니페스토 manifesto :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이다. 종종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도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때에도 사용된다. 특정 공간이나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운영자와 사용자가 지켜야 할 약속을 공식적으로 명시하는 목적으로도 쓰이고 있다. 
모야 선언문


물고기 : 모야 선언문은 모야를 바라보는 사람들, 작은손과 작은손의 작업을 대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딴지 걸지마, 여긴 이런 공간이야!"라고 말하듯이 쓴 것 같아요. 스스로 작업하는 자유를 만나는 공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하는 공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사실 어린이들에게 여기는 이런 곳이라고 설명을 하기보다는 공간의 디자인과 세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체득하기를 기대했고, 이 매니페스토는 오히려 모야 주변의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에 가까워요. 작은손의 작업에 "아니 왜 이런 걸 만들었어?"라고 반응한다거나 "내가 가르쳐줄게"와 같은 태도를 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누구나 동등한 창작자이니, "이게 더 좋은 방법이야, 이게 더 완성도가 높아"라고 평가하지 말자고.


까나리 : 그런 맥락에서 선생님도, 교재도, 정답도 없다. 못한 작업도, 잘한 작업도 없다는 문장들도 나온거지.


물고기 : 네. '이 곳은 이런 공간임을 인지하세요'같은 지시문 같이 쓰여진거죠. 


호랑 : 반면 작은손 선언문은 작업자인 어린이의 입장에서 선언하는 문장들이고, 씨프로그램의 정민님이 제안해주신 문구들로 채워졌는데요. 저는 ‘내가 정한다’라는 어미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작은손이라면 이걸 다 네가 정할 수 있고 정해야 해'하면서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하면서 강조하는 느낌!


물고기 : 나는 이거 약간 군가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전쟁에 나갈 때 부르는 노래처럼, "쓸데없는지 아닌지~ 내가 정한다~", "망쳤는지 아닌지~ 내가 정한다~".어린이들이 모야 선언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 어른들을 만났을 때 이 노래를 불러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후훗. 일종의 방패같은 무기를 쥐어주는 느낌이요.


상호 : 하핫. 신앙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호랑 : 운율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포스터도 모야의 심볼마크를 중첩해서 사용해서 많은 작은손들이 다른 세계로 뛰어넘고 있는 혼란 속의 운율이 느껴지도록 만들었어요. 느껴지나요? 

작은손 선언문


호랑 : 어느새 시작한 지 한 시간을 훌쩍 넘었네요. 오늘 이야기 나누려고 했던 주제는 거의 다 꺼내보긴 한 것 같아요. 이렇게 대화하면서 복기해보니 좋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까요?

물고기 : 좋아요. 다음 대담도 기대되네요! 안녕!


상호 까나리 : 안녕!



2019년 1차 개발된 모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매뉴얼은 모야가 운영되는 도서관에 제공하여 사용되고 있으며, 2020년 공식 배포될 모야의 운영 매뉴얼과 함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어질 챕터 3에서는 모야의 운영 원칙을 고민한 과정과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한 고민과 모야의 모니터링 가이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다음 화자인 물고기에게 바톤을 넘깁니다. 받아랏-!


글 _ 호랑 (선윤아)

그림 _ 까나리 존스

대담 _ 물고기, 상호, 까나리, 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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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작업실 모야'는 릴리쿰, 씨앗재단, 씨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로 집이나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호기심을 손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일상에서 창작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제3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모야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릴리쿰, 씨프로그램, 도서문화재단 씨앗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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