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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quum Sep 07. 2020

Chapter 1. 모야가 시작된 모양  

[본격 시작하는 글] Prelude :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Introduction


안녕하세요.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 그룹 '릴리쿰'의 호랑입니다.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릴리쿰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 발행 될 12개의 챕터를 함께 써 나갈 멤버 4인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로, 캐릭터는 실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호랑
_ 어린이작업실 모야 프로젝트의 PM과 시각 디자인 영역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올드 미디어와 뉴 테크놀러지를 엮는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있습니다.








물고기 

_어린이작업실 모야에서 작은손을 위한 환경 구축을 맡고 있습니다. 이상한 걸 좋아하는 프로실패러입니다. 








까나리

_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모양’을 맡고 있습니다. 귀여운거 좋아합니다.









상호

_ 모니터링 및 프로그램 개발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재활용되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멤버 소개를 했으니 이어서 짧게나마 ‘릴리쿰’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릴리쿰을 ‘짧게’ 소개하는 건 제가 늘 어려워 하는 일이예요. 릴리쿰은 말하자면 만드는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고 놀면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작업실이자 그룹입니다. 제작, 놀이, 실험의 아지트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쓸모있는 것들을 만드는 일이 아닌, 오로지 만드는 즐거움을 위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시간을 갈망한 사람들이 모여서, 엉뚱하지만 의미있는 실험들을 도모하기 시작했던 것이 2012년의 일입니다.
그 이후, ‘소비’로 편리하게 해결하던 일과 기술들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생산자’가 되어 보는 놀이와 연구 활동을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왔습니다. 릴리쿰은 먼저 실험해 본 것들을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하기도 하고, 출판과 전시를 통해 ‘삶의 방식으로서의 만들기’를 성찰해 온 이야기를 발신하기도 합니다. 이 활동들을 그 방식에 따라 ‘실험’, ‘공작’, ‘출동’, ‘발사’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7년째 이어가고 있던 2019년의 어느 날, 도서관 속에 작업실을 만드는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어린이작업실 모야’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그 여정의 한 가운데에서, 시작을 돌아보며 그동안 고민하고 다듬었던 생각과 만들어 온 것들을 몇 편의 글 안에 최대한 꾹꾹 담아보고자 합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드디어 릴리쿰이 숨겨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첫번째 챕터의 제목은 ‘모야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이 챕터에서는 프로젝트의 시작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되짚어 보려 합니다. 



Chapter 1. 모야가 시작된 모양


제작, 놀이, 실험의 '무대'이고 싶은 메이커 스페이스, 릴리쿰 스테이지 공간의 일부

 

       릴리쿰은 '릴리쿰 스테이지'라고 새롭게 이름붙인 제작 실험 공간을 2018년부터 서울 연남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릴리쿰 스테이지와 비슷한 공간들은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공간들이 탄생한 배경은 '메이커 문화'의 부흥(?)에 있다. 릴리쿰이 해석하는 메이커 문화는 '만들기'라는 보편적인 행위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구체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철학이다. '삶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잘 말해주듯이, 현대인은 자신의 생활을 돌보는 일 중 많은 부분을 스마트해진 제품이나 타인의 노동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능력들을 연마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자기 삶을 돌보는 기회와 능력의 일부분은 잃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메이커 문화나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경험들을 가치있게 여기는 첫번째 이유는 이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기회를 만나고 기술로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물과 재료, 나아가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까지 지각을 확장할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사물과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주변 세계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단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한 창작, 제품 개발을 하는 사람들 뿐만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가치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흐름으로 인해 새로운 디지털 제작 기술들을 다루고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정책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메이커 스페이스'는 근 몇년간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메이커 문화'에 관한 담론이 한창 일 때, 간혹 도서관 안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현한 외국의 사례들이 언급되곤 했다. 도서관하면 곧 떠올리게 되는 엄숙-근엄-진지한 공간과 책이라는 매체가 '메이킹'을 만난다면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씨프로그램(c-program)으로부터 도서관 속에 어린이들을 위한 작업실을 만드는 프로젝트 협력을 제안 받았을 때, '아 드디어! 이 작업을 해보게 되는구나!'하면서 설레였던 이유일 것이다. ‘잘 해내야 할텐데…’ 하는 걱정과 동시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자신감이 뒤섞인 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전체 목표는 한두개의 공간을 잘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누구나 그 청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었다. 어떤 작업들이 필요할 지, 어떻게 그 역할을 수행하면 좋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율하는데만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첫 단추를 잘 끼운 채 시작한 것 같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간을 운영하려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공간이 필요하고, 공간을 채우는 집기, 도구, 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운영자와 사용자라는 양쪽 저울이 모두 채워져야 한다. 그 바탕에는 공간이 운영되는 원칙과 공간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가 정의되어야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담겨있는 하나의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들을 상상하고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먼저 각기 다른 모습과 환경의 도서관에서 구현 될 작업실이 제각각 다르게 운영되지 않고, 동일한 철학과 운영 원칙을 가지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하고 쓸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도서관이라는 기존의 규칙과 질서가 있는 공간에서 작업실을 어떻게 세팅해야 할 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장 리서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관찰을 토대로 가상의 고객 여정 지도를 그린 후에 서비스 플로우를 도출한다면 운영의 실제 모습이 그려지고, 필요한 요소들이 더 구체화 될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한 공간 경험 디자인 프로세스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브랜드의 네이밍과 아이덴티티 디자인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메타 브랜드 운영 매뉴얼 개발을 위한 선행작업]

1. 공간 경험 디자인
    1-1) 관찰 (에스노그래피 인터뷰, 익스트림 사용자 조사)    
    1-2) 분석 (고객여정지도)
    1-3) 발상 (분석을 거친 컨셉 도출) 
        - 서비스 플로우 
        - 사용자 간의 관계 정의 
        - 서비스 프로토타이핑 
        - 터치 포인트 검토/디자인 
    1-4) 도구/재료 셋업 리스트 정의 

2. 메타 브랜드의 구축과 디자인 
    2-1) 브랜드 네이밍, 슬로건, 매니페스토
    2-2)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2-3) 공간 컨셉 구축 
    2-4) 공간 디자인 및 설계

이 모든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던져진 첫 내적 질문은, '어린이의 작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였다. 


        릴리쿰의 활동과 어린이라는 존재의 가장 강한 연결 고리는 '놀이'다. 주로 나 자신, 어른들을 위한 놀이를 실험하고 연구해 온 릴리쿰이 어린이와의 만남, 놀이에 대한 생각을 키우기 시작한 가장 큰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하자센터와 함께 진행한 공공 놀이터 프로젝트다.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놀이를 통한 성장, 사회화의 기회가 줄어들고 놀이가 사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놀이의 복원을 사회적 아젠다로 형성하기 위해 시도하는 공공 사업들이 있다. 우리는 '움직이는 창의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시청광장, 어린이대공원, 서울숲 같은) 공공 장소에서 커다란 팝업 놀이터를 열었다. 놀이를 위한 시공간이 필요한 어린이들, 함께 어우러져 노는 방법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는 어른들을 위해서였다. 

서울숲에서 열린 공공놀이터 '놀이터가 발라당'의 장면들

        이 놀이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동안 놀이의 즐거움과 필요성 뿐만 아니라 놀이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첫 해에 3번의 놀이터를 열고 난 후 이듬해에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놀이터의 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놀이가 유연하게 흘러가는 놀이터, 질문을 던지는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아니 만들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놀이에서는 언제나 관리자나 주변인을 자처하는 어른들의 태도를 바꾸어 놀이에 참여하게 하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발견하고 마음껏 창조해 낼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보자고 함께 하는 스태프, 작가, 활동가들과 마음을 모아 놀이터를 펼쳤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깨우치게 된 것은,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어린이의 작업은 무엇인가. 그동안 '만들기'와 '놀이'를 나름 철학하고 경험하며 각성해 온 우리 안의 본능이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끈다. 어린이의 작업은 탐구와 표현을 통한 놀이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작업실이라면, 어린이들이 자율적으로 만들면서 놀고 놀면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자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 그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새로운 모험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본격 [시작하는 글]로 쓰여진 첫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 모야를 만들어 온 과정들의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풀어내보겠습니다. 
다음 챕터에는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무엇인지, 모야의 네이밍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모야 매니페스토 등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길 예정입니다.
그럼, 곧 다시 뵈어요. STAY TUNED! 


글 _ 호랑 (선윤아)

그림 _ 까나리 존스


이어서 다음 챕터를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어린이작업실 모야'는 릴리쿰, 씨앗재단, 씨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로 집이나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호기심을 손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일상에서 창작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제3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모야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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